"아직 시간이 남았잖아. 좀더 생각해보고."
김인식 야구대표팀 감독은 이번에 참가하고 있는 국가대항전 '2015 프리미어 12' 대회에서 특히 선발 투수 예고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별예선 5경기와 쿠바와의 8강전까지 총 6경기 동안 미리 선발 투수를 외부에 알린 경우가 몇번 되지 않는다. 이번 대회 요강에 따랐다.
그는 16일 쿠바를 제압하고 4강 진출을 확정한 후에도 "선발 투수 예고를 지금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본 대표팀은 일찌감치 4강전 선발 투수로 한국과의 개막전에서 6이닝 무실점 호투한 오타니 쇼헤이(니혼햄)를 점찍었다. 일본 언론들은 조별예선 단계에서부터 8강전엔 마에다 겐타(히로시마), 4강전엔 오타니가 나갈 것이라고 확정 보도를 해왔다.
김 감독은 일본이 먼저 선발 투수를 공개했고 똑같인 맞대응하지 않았다. 일본과 한국은 현재 상황이 좀 다르다.
일본은 선발 투수가 넘쳐난다. 최종 엔트리에서 투수 13명 중 9명이 소속팀에서 선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선발 자원이 손에 꼽을 정도다. 김광현은 15일 미국전 선발 등판으로 19일 4강전에 다시 올라가는 게 무리다. 체력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16일 쿠바와의 8강전에 선발 등판한 장원준은 결승(21일)에 진출할 경우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차례로 본다면 12일 베네수엘라전에 선발 등판했던 이대은과 14일 멕시코전에 선발 등판했던 이태양이 남은 선발 자원이다.
김인식 감독은 순리를 따른다면 우완 정통파 이대은을 일본전 선발 카드로 뽑을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선 김 감독의 "시간이 있어서 좀더 생각해보겠다"는 발언을 고려해 변칙 선발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구위가 좋은 불펜 자원 중 한 명을 선발로 당겨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은 "일본전이라고 해서 특별한 걸 준비하지는 않는다. 한번 졌기 때문에 두번 지지 않기 위해 여러가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에게 먼저 선발 카드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궁금증을 유발시켜 '사무라이 재팬'을 헷갈리게 만들 수도 있다.
대표팀은 일본을 넘어야 대망의 결승전에 진출한다. 김 감독의 투수진 운영은 철저하게 승리하는 데 맞춰질 것이다.
따라서 누가 먼저 마운드에 올라가더라도 흔들릴 경우 조기 강판이 불가피하다. 한번에 2실점 이상 내주면 일본 투수력을 감안할 때 따라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걸 감안한다면 일본 선수들과 상대했고 또 도쿄돔에 서봤던 이대은(지바 롯데)을 선발 카드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은은 올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9승9패, 평균자책점 3.84를 기록했다. 도쿄돔에서 한 차례 등판, 3⅔이닝 3실점(평균자책점 7.36)했다.
이대은이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불펜 투수들을 이른 시간부터 줄줄이 대기시켜 놓을 것이다. 필승조 임창민 차우찬 조상우 정대현 이현승 등을 총동원하는 '벌떼' 작전이 불가피하다.
4강에서 패할 경우 3~4위전(21일)을 치르게 돼 있다.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은 19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린다.
타이베이(대만)=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