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일본 도쿄돔.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결승전을 대비, 훈련하는 오재원의 표정은 한결 편해 보였다.
그는 굳은 표정이 아닌 간간이 미소를 띄우며 즐겁게 훈련에 임했고, 취재진과 몇 마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는 프리미어 12의 최대 수혜자 중 한 명이다. 스스로가 모두 바꿔놨다.
19일 열린 4강전에서 오재원은 일본의 기를 꺾은 선봉장이었다. 오타니의 완벽한 투구에 눌린 한국이었다. 9회까지 0-3으로 철저하게 뒤졌다.
그리고 오재원은 대타로 나섰다. 다소 커 보이는 동작으로 일본 배터리의 신경을 조금씩 자극했다. 교묘히 시간을 끌면서 심리전을 펼쳤다. 그리고 5구째 뛰어난 배트 컨트롤로 좌전안타를 쳤다.
오재원은 노리모토의 강력한 구위를 매우 까다로워 한다. 그러나 결국 대타로서 제 역할을 다 했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야구는 미묘한 흐름이 커다란 결과를 낳는다. 그런 흐름을 바꿔줄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다. 오재원은 안타를 친 뒤 1루로 뛰어가며 주먹을 불끈 쥐는 세리머니를 했다. 한순간 눌려있던 한국 덕아웃의 분위기는 한결 자연스러워졌다. 일본 덕아웃은 살짝 당황하는 기색이 있었다. 결국 이 미묘한 흐름의 변화가 대역전극의 시작점이 됐다.
결국 믿기 힘든 4득점. 9회 역전에 성공했다. 게다가 2사 만루 상황에서 오재원은 또 다시 위력적인 찍어치기로 타구를 우중간 펜스 바로 앞으로 보냈다. 일본 중견수 아키야마의 호수비에 걸리자, 오재원은 1루 베이스 근처에서 헬맷을 내리치며 안타까워했다. 한국의 기세는 절정인 상황이었다.
그는 매우 극적이었다. 사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안티 팬을 보유한 선수. 뛰어난 집중력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만, 몇 차례 불미스러운 일을 겪으면서 타 구단 팬에게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다.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서건창과 갈등으로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난 뒤 거센 비판에 많이 힘들어했다. 포스트 시즌 내내 굳은 표정으로 훈련에 임했고, 실전에서 공개적인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포스트 시즌 내내 그에게 웃는 얼굴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근성의 상징과 같은 오재원은 사실 4강전을 앞두고 네티즌 사이에서 '완벽한 오타니를 신경전으로 무너뜨릴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농담섞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결국 그는 4강전의 맹활약으로 그에 대한 많은 비판을 찬사로 바꿔놓았다. 4강전이 끝난 뒤 가장 화제가 됐던 선수였다.
이런 변화에 대해 오재원도 알고 있다. 그는 "9회 두번째 타석의 타구는 약간 먹혔다"고 미소를 지으며 얘기했다.
그는 '마음이 좀 편해졌냐'는 질문에 대답 대신 옅은 웃음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프리미어 12 대회가 끝난 뒤 23일에 차우찬 김상수 손아섭 나성범 황재균과 함께 곧바로 공주에 있는 훈련소에 입소해야 한다"고 숨가쁜 스케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서 명확하게 자신의 플레이 스타일과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리고 수많은 비판을 찬사로 뒤바꿨다. 더불어 이 과정에서 생긴 '마음의 생채기'도 치유했다. 도쿄=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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