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진과 권 혁을 충분히 아낄 수 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은 올해 좌완 불펜 투수 2명을 대단히 중용했다. 승부처는 물론이거니와 때로는 점수차가 크게 앞서거나 뒤지는 상황에서까지 투입했다. 그렇게 박정진과 권 혁은 마당쇠처럼 뛰었다. 각자 데뷔 후 최다경기 출장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로 인해 김 감독은 시즌 중 또 다시 '선수 혹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런 논란이 나올 때마다 김 감독은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분명 김 감독 또한 박정진과 권 혁만을 쓰는 야구의 한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다. 이건 선수에 대한 '신뢰'와는 또 다른 이야기다. 현재 한화 투수들의 기량을 냉정하게 봤을 때 상대 타자와의 싸움에서 이겨낼 카드가 적었다. 결과적으로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2016시즌의 불펜진 운용 스타일은 조금 달라질 듯 하다. 김 감독 역시 "내년에는 박정진과 권 혁을 아낄 수도 있겠다"며 기대감을 걸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마무리캠프와 내년 초 스프링캠프를 통해 기대주로 점찍은 인물들이 쭉 성장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계획과 기대가 틀어질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선수들이 중요하다. 이 선수들이 좋아진다면 결과적으로는 박정진과 권 혁도 아껴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오키나와에서 팀의 마무리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김 감독은 당초 이번 캠프의 초점을 '좌완 투수 육성'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물론 다른 여러 목적도 중요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좌완 투수들을 눈여겨 보며 내년 시즌 즉시 전력감이 될 지 여부를 체크하는 중이다. 눈에 띄는 좌완투수들이 적지 않다. 상무에서 시즌 막판 제대해 합류한 김용주에 김경태와 김범수 등이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무척 의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 감독은 "내년 시즌 팀성적의 열쇠들이다. 조금 더 강한 목적의식을 갖고 스스로 움직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김 감독은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지 않고 국내에서 재활을 진행중인 임준섭도 '열쇠' 중의 하나라고 밝혔다. 임준섭은 올해 KIA에서 트레이드로 영입됐으나 시즌 초반 22경기에만 나온 뒤 팔꿈치 통증이 재발돼 휴식을 취했다. 오랜 재활끝에 다시 공을 던질 수 있게 된 임준섭은 현재 페이스라면 내년 시즌에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다. 관건은 내년 초 스프링캠프를 어떻게 소화하느냐다. 김 감독은 그래서 "바라는 대로만 된다면 좌완 불펜진이 꽤 다양하게 보강될 수 있다"며 희망을 내보인다. 좌완 불펜의 다양화는 결국 여전히 팀의 '필승조'인 박정진과 권 혁을 더 효과적으로 쓰기 위한 한화의 생존 전략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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