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실전형이라니까요."
30일 겨울 날씨 치고는 화창한 날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34회 야구인 골프대회(KBO-스포츠조선 공동 주최,두산 베어스 후원). 모든 참가자가 이번 대회를 빛내줬지만, 뭐니뭐니해도 스타 선수들의 골프장 나들이에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대회에는 KIA 타이거즈의 3총사 이범호 김주찬 윤석민을 비롯해 두산 베어스 노경은과 유희관, 그리고 한화 이글스 정근우와 NC 다이노스 이호준도 참가했다. 과연 선수들의 골프 실력은 어느정도였을까.
'지존' 윤석민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막상막하였다. '초보' 타이틀을 떼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과시한 선수는 노경은. 스윙 폼 자체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매우 예뻤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OB(Out of Bounce) 생산 전문가. 아주 예쁜 폼으로 친 공은 홀 좌-우측으로 사정없이 날아갔다. 노경은은 "독학으로 배운지 5년 정도인데, 드라이버가 불안정한게 약점이다. 그래도 쇼트게임은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그린 근처 어프로치는 매우 정확했다.
유희관도 한층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구력 2년의 유희관은 지난해 TV를 통해 중계된 야구선수 스크린골프대회에서 형편없는(?) 실력을 보여준 바 있었는데, 이날은 스윙이 한결 좋아진 모습이었다. 백스윙을 줄인 대신, 임팩트 순간 힘을 확실히 전하는 스윙을 했다. 좋은 샷이 나오면 선보이는 세리머니는 모두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투구시 하체 중심 이동 원리가 골프와 비슷한 투수들은 확실히 부드러운 스윙을 하는 반면, 타자들은 자기도 모르게 골프에서도 야구 스윙을 하고 있었다. 그나마 구력이 오래된 이범호가 조금은 더 골프다운 스윙을 했는데, 쇼트게임에서 주체할 수 없는 힘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린 이쪽저쪽을 왔다갔다 했다. 대신 제대로 맞은 스윙의 비거리는 엄청났다.
이제 구력 1년을 갓 넘긴 정근우와 김주찬은 영락없는 야구 스윙을 했다. 상체가 일찍 일어나다보니, 공 윗부분을 때려 타구들의 탄도가 낮았다. 그래도 힘들이 워낙 좋아, 정타로 맞으면 공은 쭉쭉 뻗어나갔다. 정근우는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트래시 토킹'에서 오히려 빛을 발했다. 김주찬은 엉성한 폼에도 불구하고 연거푸 버디, 파를 기록하며 동반자들을 놀래켰다. 김주찬은 "연습은 거의 안한다. 필드에 나와 치는 게 전부다. 나는 실전형"이라며 웃었다.
경기 전 분실을 우려해 공을 한박스나 구입한 유희관은 "살만 빠진 것 같다. 여기저기 공 주우러 다니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주찬은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후반 라운드는 정말 잘쳤다"고 자평했다. 정근우는 110타를 기록했는데 "중간 휴식을 취하며 막걸리를 마신 후 급격하게 무너졌다"고 말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춘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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