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대우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개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다 제동이 걸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최근 동부대우전자는 사모사채 방식으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다 취소했다. 비슷한 방식으로 발행했던 지난 1월 회사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편법 가능성을 제기, 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부대우전자는 임직원을 상대로 회사채 강매에 나섰다는 의혹까지 받고 있다.
동부대우전자는 1987년 설립된 대우모터공업이 모체로 외환위기 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대우전자가 경영난에 빠지자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2013년 2월 동부그룹이 대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하고 같은 해 4월 동부대우전자로 이름을 바꿨다.
▶금감원, "1월 회사채 발행과정에서 위법 소지"
10일 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그룹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4일 300억원 가량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금융감독원이 동부대우전자 임원을 불러 '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의 경고 이후 회사채 발행 계획을 취소, 다른 형태의 자금 동원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동부대우전자의 회사채 발행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지난 1월 동부대우전자 회사채 발행 과정에 대해 위법성을 지적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부대우전자는 12월 회사채 발행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불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동부대우전자가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신고서를 빠뜨리고 회사채를 발행한 정황을 포착, 조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1월 자사 임직원 439명을 상대로 연 7% 금리의 1년 만기 사모사채를 발행해 143억원을 마련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명 이상에게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선 공모채권 형태의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동부대우전자는 이를 누락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사우회 한 곳을 대상으로 회사채를 발행한 사모채권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입장은 다르다. 단체를 하나로 인정할 수 있는 지, 임직원 개인을 개별 대상으로 봐야 하는 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동부대우전자의 지난 1월 회사채 발행 건에 대한 조사 결과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동부, "자발적 참여일 뿐" 강매의혹 일축
동부대우전자 안팎에선 12월 회사채 발행을 두고 볼멘소리가 세어 나왔다. 마른 수건을 짜는 게 아니냐는 게 골자다. 동부대우전자의 12월 회사채 발행은 지난 1월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 될 예정이었다. 특히 지난 1월 회사채 발행이 동부대우전자 임직원이 대상이었다면 12월 회사채 발행은 동부그룹 계열사 임직원으로 확대했다. 해외공장 건설과 프리미엄 제품 투자 개발 자금 마련을 위한 일환에서였다.
조건도 나쁘지 않았다. 연리 6.5%에 1년 만기 회사채였다. 그런데도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은 지난 1월과 비슷하게 12월 회사채 발행도 회사 임직원을 상대로 강매를 했다는 것이다. 임원급과 부장급, 차장급 등 직급에 따라 금액도 큰 틀에서는 정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회사채 발행 관련 참여를 하지 않은 점이 논란을 키웠다.
이와 관련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어려우니 동참하자는 취지였을 뿐 강매는 없었다"며 "그룹 차원에서 움직일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의 경우 임직원 참여율이 50%도 되지 않았다"며 "강매가 있었다면 50%미만이라는 수치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12월 발행예정이었던 회사채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똑같았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동부그룹 고위 임원은 "그룹 구조조정으로 대부분 계열사가 신용등급 하락으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임직원을 상대로 강매했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의 신흥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멕시코 냉장고 시장에서 판매량 기준으로 1위에 올랐고, 최근에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 말레이시아 현지 법인 지분을 100%인수하기도 했다. 동부대우전자 관계자는 "최근 해외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쟁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며 "일단 금융당국의 지적을 받아들여 다른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마련에 나서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