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는 종종 거대한 실망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애초에 기대따위 하지 않았다면 '그냥 그러려니'하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일단 기대를 건 대상이 그에 턱없이 못미치는 행동을 하거나 결과를 냈을 때, 마음의 동요를 쉽게 가라앉히기 어렵다. 기대감은 순식간에 실망과 분노, 그리고 비난의 감정으로 돌변해 폭죽처럼 터진다. 2015시즌 투수 송은범(31)을 바라보는 한화 이글스 팬들의 정서가 딱 이렇게 움직였다.
송은범은 변해야 한다. 2016시즌은 그의 야구 인생에 새로운 전기가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고작 30대 초반의 나이지만, 현역 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다시 해봐야 할 수도 있다.
현재 한화 선수단에서 '2016시즌 부활해야 할 선수' 리스트를 만든다면 가장 꼭대기에 올라가야 할 이름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송은범'이다. 부활의 당위성과 가능성 측면에서 모두 송은범을 따라갈 만한 선수가 없다.
'당위성'. 왜 송은범은 반드시 부활해야 할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송은범은 여전히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강한 구위를 지니고 있다. 선발과 중간계투가 모두 가능한 오른손 투수로 150㎞의 강속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볼 등을 던진다. 그만한 구위를 지닌 우완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아직도 송은범은 한화에서 3년이나 더 뛰어야 한다. 한화는 지난해 FA시장에서 송은범을 영입하며 4년 계약(총액 34억원)을 했다. 연봉이 4억5000만원이나 된다. 처음 1년은 실패했지만, 남은 시간이 3년 더 있다. 게다가 그 기간을 다 채워도 만 34세다. 다시 한번 FA시장에 나설 수 있는 시기다. 결국 송은범이 고액연봉자로서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구단에 대한 의무인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재투자'이기도 한 셈이다.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무엇보다 송은범이 '2016 부활해야 할 선수' 리스트 1위에 오를 수 있는 이유는 몸상태 때문이다. 다른 후보들-이를테면, 이태양이나 배영수 윤규진, 송광민 등은 모두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인 선수들이다. 수술이 잘됐고, 재활도 순조롭게 진행중이지만 수술 여파라는 변수가 얼마나 크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진 계산하기 어렵다. 그래서 한화 김성근 감독도 일단 수술을 한 선수들에 대해서는 당장 기대를 걸기 보다 멀리 바라보며 기다리는 중이다.
하지만 송은범은 이들과 달리 수술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더 쉽게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피지컬'이 아니라 '멘탈'이다. 송은범은 최근 수 년간 '미스테리한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KIA 시절에도 선동열 전 감독이 "캠프에서부터 엄청나게 열심히 훈련하고, 실제로 연습때도 좋은 공을 던지는데 실전에서는 고전한다"며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많았다. 올해도 많은 한화 코칭스태프들이 송은범의 부진을 의아해했다. 늘 문제점은 송은범의 마음속에 있었다.
다행히 송은범은 얼마 전 결혼식을 올리며 가장이 됐다. 좀 더 강한 책임감을 지닐 수 있는 계기다. 과연 송은범이 내년 시즌 '부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송은범이 만약 선발로 10승 이상을 달성할 수 있을 정도가 된다면 한화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확신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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