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2월 27일(이하 한국시각), 기성용(26·스완지시티)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골을 폭발시켰다.
스완지시티가 아닌 선덜랜드 임대 시절이었다. 당시 기성용은 전반 24분 본인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허를 찔렀다. 상대 골키퍼의 패스를 재빠르게 가로챈 뒤 골문으로 쇄도, 골키퍼 태클에 걸려 넘어졌다. 기성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선덜랜드는 1대0으로 신승을 거뒀다.
공교롭게도 2년 전과 소름끼치게 오버랩된다.
2015년 12월 27일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웨스트브롬위치와의 2015~2016시즌 EPL 18라운드 홈 경기. 똑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기성용이 전광석화 같은 골을 터뜨렸다. 전반 9분 만이었다. 스완지시티의 오른쪽 풀백 앙헬 랑헬의 슈팅이 골포스트에 맞은 뒤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으려고 주춤하는 사이 기성용이 끝까지 쇄도해 골을 밀어넣었다. 강한 집념이 돋보였다. 올 시즌 마수걸이 골이었다. 지난 5월 2일 스토크시티전에서 골맛을 본 이후 7개월여 만에 득점포를 가동했다. 결국 기성용의 시즌 첫 골은 결승골이 돼 스완지시티가 1대0으로 승리했다.
기성용이 골을 터뜨릴 것 같은 예감은 21일 웨스트햄전부터 부풀어 올랐다. 기성용은 후반 16분 땅을 쳤다. 섀도 스트라이커 질피 시구르드손과 2대1 패스를 주고 받은 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날린 오른발 슛이 웨스트햄의 수비수 제임스 콜린스의 손에 맞고 골문을 벗어났다. 주심은 페널티킥 대신 코너킥을 선언했다. 귀중한 결승골을 잃어버렸다.
강한 책임감도 시즌 첫 골의 원동력이었다. 스완지시티는 지난 10월 24일 애스턴빌라전에서 2대1로 승리한 뒤 최근 7경기에서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2무5패를 기록 중이었다. 팀 부진 속에서도 기성용은 군계일학이었다. 중원에서 100%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공수 연결고리와 수비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팀의 강등권 추락에 기성용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기성용은 지난 22일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팀의 순위가 18위라는 사실에 나에게 화가 난다"며 "우리 팀에 맞는 순위가 아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마음을 다잡은 기성용은 이날 다른 경기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했다. 그 동안 자제하던 페널티박스 안으로의 쇄도하는 움직임도 활발히 펼쳤다. 전반 39분에는 문전 쇄도하면서 패스를 헤딩으로 떨궜지만 방향이 빗나가 아쉽게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기성용은 후반이 되자 출중한 멀티 능력을 드러냈다. 제퍼슨 몬테로 대신 잭 코크가 교체 투입되면서 포지션을 왼쪽 측면으로 옮겼다. 레온 브리튼과 코크가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소화했기 때문에 수비의 부담을 줄이고 공격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
83일 만에 팀 승리를 이끈 기성용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고 있다. 팀 내 최다 골(8골)을 터뜨렸던 지난 시즌에도 후반기(1~5월) 때 5골을 몰아쳤다. 겨울에 더 강한 기성용이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