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이렇다할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손샤인' 손흥민(23·토트넘)의 박싱데이 첫 경기는 아쉬움이었다. 손흥민은 27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벌어진 노리치시티와의 2015~20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8라운드에서 후반 33분 교체투입돼 14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는데 만족해야 했다. 토트넘은 3대0 완승을 거뒀다. 토트넘은 4위(승점 32)를 유지하며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이어갔다.
손흥민은 이날도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원톱' 해리 케인과 '2선 공격라인' 크리스티안 에릭센-델레 알리-에릭 라멜라는 모두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케인은 멀티골을 성공시키며 시즌 11호골 고지에 올랐다. 케인은 2015년에만 27골을 성공시키며 1993년 테디 셰링엄이 세웠던 구단 한해 최다골(26골)을 경신했다. 알리와 라멜라는 득점에 실패했지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후 이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에 대해 "환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어떤 칭찬을 받아도 마땅하다. 그가 보여준 모습 덕분에 정말 기쁘다"고 했다. 알리에 대해서는 "알리는 자신의 재능을 그라운드 위에서 매우 빠르게 보여주고 있다. 그가 우리와 함께한 시간은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하는 플레이를 보면 10년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손흥민은 위축된 모습이었다. 조커로서의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의욕도 떨어져 보였다. 공간을 파고 들지 못했다. 공격진과의 연계도 좋지 않았다. 과감한 드리블이나 슈팅도 없었다. 14분 동안 슈팅 시도는 없었고 패스만 4차례 시도했을 뿐이다. 나란히 교체투입된 톰 캐롤과 비교하면 더욱 아쉬운 모습이었다. 캐롤은 멋진 중거리포로 쐐기골을 터뜨렸다.
이제 관심의 초점은 29일 열리는 왓포드전에 모아진다. 포체티노 감독은 노리치시티전에서 주전을 총출동시켰다. 단 2일만에 펼쳐지는 경기인만큼 왓포드전에는 로테이션을 할 가능성이 높다. 손흥민이 중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포체티노 감독이 박싱데이에서 승점을 쌓겠다는 전략을 세운다면 노리치시티전에 나섰던 주전들이 그대로 선발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렵다.
일단 출전기회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에 나선다면 반드시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손흥민의 골침묵은 벌써 98일째 접어들고 있다. 도움을 5개 기록 중이지만 손흥민 영입에 3000만유로(약 403억원)를 쏟아부은 토트넘은 도움을 위해 손흥민을 영입한 것이 아니다. 손흥민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토트넘에 '손흥민은 아직 건재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주전경쟁에 반전을 가져올 수 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