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연출가 존 티파니의 치밀한 연출, 박소담 안승균 주진모의 앙상블로 구현된 몽환적이고 잔혹한 사랑, 연극 '렛 미 인'(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오랜만에 뒷맛이 아주 깔끔한 연극 한 편을 보았다.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1일 개막한 '렛 미 인'이다. 국내 팬들에게 뮤지컬 '원스'로 친숙한 영국의 연출가 존 티파니는 마치 '연극에서 연출이란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강의라도 하듯 2시간 10분을 치밀한 계산 아래 달린다.
배우들의 연기를 중심에 놓되 대사량을 최소한으로 줄였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식이다. 대신 나머지 공간을 연극적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메웠다. 암전 한 번 없이 흘러가는 무대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자연스레 뒤섞이며 전개된다. 포인트를 살려주는 극적이면서 파워풀한 음악, 왠지 슬퍼보이지만 아름다운 배우들의 무브먼트(춤과 움직임), 신비함과 스산함을 부각시키는 조명, 그리고 아이디어 넘치는 무대효과를 적절하게 배치해 그로테스크한 동화적 판타지를 무대에 구현했다. 이따금 뮤지컬을 보는 듯하기도 하고, 이따금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개성과 신비함이 가득하다. 대형 뮤지컬처럼 엄청난 자본을 투여한 것도 아닌데 오로지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로 매혹적이고 몽환적인 무대를 창조해 냈다는 점이 놀랍다.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외톨이 소년 오스카와 영원히 죽지 않는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 그리고 일라이 옆에서 한평생 헌신하지만 이젠 나이가 들어 자신의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는 하칸, 이 세 명의 운명적인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오스카는 동네 놀이터에서 일라이를 만나 자연스럽게 친구가 된다. 조금씩 친해지면서 둘은 마음을 터놓게 된다. 하지만 오스카는 그 무렵 동네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일라이가 연관되어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녀의 정체를 눈치채게 된다. 자신의 정체를 알고 패닉에 빠진 오스카에게 일라이는 이 작품의 제목(렛 미 인)을 직설한다. "나 들어가도 돼? 네가 들어와도 된다고 하면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안 들어갈 거야."
오스카가 허락하는 순간 관객들은 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일라이 옆에서 오스카는 언젠가 하칸처럼 버림받게 된다는 사실을. 연출가 존 티파니는 "이 작품은 '당신은 사랑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엘라이 역을 열연한 박소담은 왜 그녀가 충무로의 괴물 신인으로 불리는지 증명했고, 오스카 역의 안승균, 하칸 역의 중견 배우 주진모와의 앙상블은 존 티파니의 연출의도와 딱 맞아 떨어졌다.
놀이터인 정글짐을 활용해 만든 작은 수영장에 물을 채워 오스카를 빠트리는 장면, 형광등을 몇 개 이어 붙인 장식물을 활용해 달리는 열차를 구현한 장면 등 곳곳에 아이디어가 넘쳤다. 이따금 열리는 '세계적인 연출가의 내한 공연'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렛 미 인'만큼은 명불허전이다. 2월 28일까지.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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