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둣빛 새순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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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의 딸자랑에 최용수 FC서울 감독(45)의 눈빛도 반짝였다. 그도 첫째 딸, 둘째 아들을 두고 있다. 최 감독도 데얀 못지 않은 '딸바보'다. 그래도 제자 앞이라 '딸자랑'은 최대한 자제하는 눈치였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선 그도 동심을 여행하고 있었다. 물론 '감독 본능'은 숨기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시간을 보낼까", "어떤 추억을 선물할까…". 그의 머릿속은 경기 때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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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해인 1945년 개교한 언북초는 71년의 전통을 자랑한다. 전교생이 1800명이 넘는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초등학교다. FC서울과 언북초는 인연이 있다. FC서울은 지난해 학교 체육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 인조잔다운동장을 조성해 언북초에 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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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의 눈에 들어온 최 감독과 데얀은 신기한 존재였다. 1학년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었지만 2, 3학년 학생들은 "어, TV에서 봤는데", "최용수 감독님이다", "데얀이다", "축구 선생님이다"라는 등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며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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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도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최 감독을 향해서는 '축구를 할때 무슨 생각을 해요?', '축구 선수라는 꿈을 갖기 전 어떤 꿈을 갖고 있었어요?'라고 물었다. 최 감독은 일상적으로 열리는 기자회견 때보다 더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골을 넣어서 승리한다는 것과 함께 내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축구를 했단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인성을 가르키는 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데얀에게는 초등학생다운 물음표가 달렸다. '대한민국 선수가 맞는 것 같은데 외국인인 것 같다.' 폭소가 터졌고, 데얀은 "'데얀민국'이라고도 불리는데 어쨌든 비슷하다. 아시아에서 10년 이상 뛰어서 한국사람처럼 됐다"며 활짝 웃었다. 또 '축구를 언제 시작했어요'라는 질문에는 "친구들처럼 어릴 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축구가 너무 좋았고, 볼을 사랑했다"며 흥겨워했다.
본격적인 실전에선 최 감독이 기본기, 데얀은 미니경기에 투입됐다. 최 감독은 FC서울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호랑이 스승'으로 통한다. 하지만 어린이들 앞에서는 그저 '순한 양'이었다. "우~ 잘한다"를 입에 달고 다녔다. 어린이들의 드리블에 키높이를 맞춰 함께 오가며 칭찬 세례를 연발했다. 처음에 어색해하던 학생들도 최 감독의 열혈 지도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데얀은 17대17 미니경기에 출격했다. 10명을 제치는 현란한 개인기에 어린이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탄성도 터졌다. 몇몇 도전적인 남학생은 깊은 태클로 제지했다. 몇 차례 우스꽝스럽게 넘어졌지만 데얀의 입가에 핀 꽃은 더 화사했다. 약 20분 가까이 진행된 경기는 1대1로 비겼고, 데얀은 어린 학생들과 하이파이브하며 마무리했다. 함께 땀 흘린 자리에는 이구동성으로 "축구장에 응원하려 갈게요"라는 약속이 메아리쳤다.
아이들을 위한 '즉석 사인회'도 열렸다. 최 감독은 일일이 학생들의 이름을 물어 본 뒤 정성스럽게 펜을 돌렸다. 데얀도 영어로 살갑게 말을 건네며 특별한 추억을 선물했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만남에 어린이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문이준(1학년) 학생은 "사인받은 것을 집에 가서 액자로 만들어야지"라며 기뻐했다. 이민하(3학년) 학생은 "TV말고 실제로는 처음봤다. 감독님과 데얀을 만나서 재미있었고, 좋았다. 축구 선수가 꿈인데 더 열심히 하겠다"며 웃었다. 이도원(3학년)도 "연예인 만난 것 보다 더 좋았다"고 했다.
최 감독과 데얀도 뿌듯해 했다. 최 감독은 "잊지 못할 최고의 봄날이었다. 보람이 큰 하루다. 학생들 각자가 소중한 꿈을 키워나가길 바란다. 기회가 되면 앞으로도 어린이들과 더 많은 접촉을 하고 싶다"며 반색했고, 데얀은 "어릴 때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때가 생각나 뜻깊었다. 행복한 하루였고,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이웃집에 살고 있는 프로를 만난 날. 언북초 운동장에는 따사한 봄볕이 쏟아졌다. 이제 막 푸릇푸릇 돋아나기 시작한 '학생 새싹'들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의 '봄 나들이'가 됐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동영상=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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