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 중에 선발을 5회에 내린 건 내가 감독되고 두번째였다."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내보내는 감독 중 하나다. 특히 리드 중일 때 선발 투수를 웬만하면 5회까지 던지도록 한다. 그런 그가 지난 10일 잠실 LG 트윈스전서 선발로 던지던 김기태를 5회말 수비때 교체했다. 5-2로 앞선 5회말 1사 만루서 백정현으로 교체한 것. 백정현이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넘기면서 김기태는 4⅓이닝 동안 6안타 2실점을 했지만 데뷔 첫 선발승을 하지는 못했다. 백정현의 구원승.
류 감독은 리드 상황에서 선발을 5회 이전에 내린 게 두번째라고 했다. 이전까진 지난 2012년 정현욱이 유일했다. 2012년 6월 8일 인천 SK전서 당시 중간 계투 요원이던 정현욱이 선발로 나왔다. 당시 선발 예정이던 윤성환이 허벅지 부상으로 던질 수 없게 되자 급히 '땜빵'선발로 나오게 된 것. 정현욱은 4회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고, 1-0으로 앞서 류 감독은 5회에도 정현욱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2사 만루가 되자 이우선으로 교체했다. 류 감독은 당시를 회상하며 "정현욱이 변화구를 던지는데 원바운드로 오더라. 정현욱이 원래 70∼80개 정도를 던지기로 하고 나갔는데 잘던져서 뒀더니 90개를 넘겼다. 악력이 빠진 것 같아 교체를 지시했다"라고 했다. 결과는 나빴다. 정현욱을 구원한 이우선은 폭투로 2점을 줬고, 이호준에게 투런포를 맞고말았다. 결국 경기는 1대5로 패. 정현욱은 승리투수 요건을 눈앞에 두고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류 감독은 "그때 그대로 놔둘 걸이란 생각을 했다. 결과가 나쁘다보니 차라리 정현욱에게 맡겼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선발투수라면 승리투수 요건을 앞두고 강판되면 기분이 안좋을 것 같다. 다음 등판 때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감독이 자신을 못믿는다고 생각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런 이유로 이후 선발 투수를 리드 상황에선 5회까지 던지게 했던 류 감독인데 10일엔 김기태를 5회 1사 만루서 교체했다.
류 감독은 "사실 교체 타이밍을 보면 1사 1,2루 때 교체를 하는 게 맞을 것이다"라고 했다. 1사 1루서 히메네스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1사 1,2루가 됐을 때 김태한 투수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었다. 다음 타자인 안익훈에게마저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해 만루가 되자 류 감독은 교체를 결정했다. 류 감독은 "안타를 맞거나 했으면 기회를 더 줬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스트레이트 볼넷을 2개 연속 허용해 교체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선수 본인에겐 미안한 일이지만 투수코치가 올라갔을 때 기회를 한번 더 줬던 셈이다. 거기서 볼넷을 내줘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투수인 백정현이 막지 못했다면 후회를 했을 수도 있지만 막았으니 결과적으론 잘된 교체"라고 했다.
이날 낮에 우연히 엘리베이터에서 김기태와 마주쳤다고. 류 감독은 "5회에 왜그랬냐고 물어보니 승리투수를 앞둬서인지 좀 들떴다고 하더라"고 했다.
아쉽게 승리투수를 놓쳤지만 좋은 피칭을 했기에 김기태에겐 선발 기회가 더 주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 등판 때에도 비슷한 상황이 오면 류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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