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감정으로 대응하면 일이 커진다. 야구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는 것은 선수들이 서로의 감정을 밖으로 표출하면서 발생한다. 그러나 한번만 참으면 모든게 평화롭게 흘러갈 수 있다. 한화 이글스 주장 정근우가 그 힘든 감정적인 인내를 보여줬다.
21일 창원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한화 선발 송은범(32)과 NC 타자 박석민(31) 사이에 빈볼 시비가 있었다. 6회말 송은범이 던진 공이 박석민의 등뒤로 날아왔고, 이를 빈볼로 해석한 박석민이 송은범에게 다가가면서 양팀 선수들이 모두 뛰쳐나와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상황은 박석민이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었다. 6회말 2사후 타석에 서서 초구를 맞을 준비를 하던 박석민은 채 준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송은범이 투구 동작에 들어가자 타석에서 뒤로 물러섰다. 이를 본 송은범은 공을 바깥쪽으로 마치 캐치볼 하듯 천천히 던졌다. 마치 강광회 주심이 타임을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 듯했다. 그런데 실제로 강 주심은 아무런 콜을 하지 않았다. 타임을 부르지 않았으니 인플레이고, 즉 송은범의 초구는 볼이 됐다.
송은범의 2구째가 박석민의 등 뒤로 날아들었다. 초구때 박석민의 제스쳐가 오해를 하게 만들어 볼이 됐고, 이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박석민에게 위협구를 던진 것처럼 보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박석민은 항의하며 송은범에게 다가갔고, 송은범 역시 박석민 쪽으로 걸어가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다. 양팀 덕아웃의 선수들도 모두 뛰쳐 나왔다. NC 포수 용덕한이 송은범을 막아섰고, 다른 선수들이 박석민을 막으며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박석민과 송은범은 감정을 추스르는 시간을 조금 가진 뒤 볼카운트 2B에서 재대결을 펼쳤다. 송은범이 박석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6회말을 끝냈다.
그런데 곧이은 7회초 NC의 바뀐 투수 최금강이 1사후 정근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져 다시 긴장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화의 몇몇 선수들은 덕아웃 앞으로 걸어나오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도. 그러나 이때 정근우의 손이 더 커질 수 있는 불상사를 막았다. 정근우는 볼에 맞자 마자 덕아웃을 향해 손을 들어 막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괜찮으니 나오지 말라'는 뜻. 선수들이 나오는대신 한화 김성근 감독이 나와 강 주심에게 직접 빈볼이 아니냐는 항의를 하는 선에서 그쳤다.
허리쪽에 공을 맞았으니 아플만했고, 6회말 상황에 대한 보복성 사구로 볼 수도 있기에 웬만한 선수라면 크게 화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근우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았다. 본인의 감정보다는 팀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흥분상태가 되면 경기를 망칠 수도 있기에 주장으로서 자제시켰다.
이날 인천에서는 LG 주장인 류제국과 SK 주장인 김강민이 사구로 인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둘은 주먹을 오가며 싸웠고 모두 퇴장당했다. 정근우의 행동은 선수라면 분명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랬기에 정근우가 더 대단해보였다. 정근우는 경기후 "공을 맞은 부분은 크게 게의치 않고 경기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무엇보다 팀이 승리해서 기쁘다"라고 했다. 팀 승리만 생각했기에 할 수 있었던
일이다.창원=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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