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의 향기는 달랐다.
이청용(28·크리스탈팰리스)이 만리장성 격파에 쐐기를 박으며 유럽파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청용은 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국과의 첫 경기서 상대의 추격의지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었다.
1-0으로 앞서 있던 후반 초반까지 한국은 뭔가 아쉬웠다. 전반 20분 손흥민의 프리킥을 지동원이 헤딩으로 받았지만 중국의 정즈의 오른발에 맞고 들어간 것으로 판명되면서 자책골로 기록됐다.
후반 들어 라인을 조금씩 끌어올린 중국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상암범을 가득 메운 4만여 대한민국 팬들은 제대로 된 우리 작픔을 기다렸다. 상대의 반격에도 태극전사들의 공세가 여전히 위력적이었기에 기대감은 더 컸다. 가려울 때 긁어준 이가 등장했다. 슈틸리케호의 큰형님인 이청용이다. 후반 17분 왼쪽 측면을 파고든 지동원이 반대쪽에서 수비수를 달고 쇄도하는 이청용을 보고 침착하게 크로스를 올렸다. 이청용은 악착같이 따라붙는 수비수 뒤로 살짝 빠지는 듯 하더니 번개같이 앞으로 나와 머리를 들이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중국 골키퍼는 화살같이 파고드는 골에 속수무책이었다. 한국축구의 중심으로 유럽무대에서 갈고 닦은 경험이 아니면 만들기 힘든 청량음료 골이었다. 이 한 골에 중국은 3분 만에 또 골을 허용할 정도로 크게 흔들렸다.
이청용의 이날 골은 굴곡을 이겨낸 것이어서 더욱 값졌다.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함게 '쌍용'의 한 축으로 그라운드를 수놓았지만 지난 시즌 소속팀에서 입지가 좁아지며 슈틸리케호에서도 설 자리를 잃었다. 그는 지난 6월 스페인-체코로 이어진 유럽 원정 2연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소속 팀에서 실종된 화근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A대표팀 감독은 단호했다. 그는 "이청용은 올해 초부터 소속팀에서 꾸준한 출전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지난 소집 때도 이야기했지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뽑히기 어렵다고 했다. 그 상황이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뽑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2016~2017시즌이 개막됐다. 프리시즌 경기에 꾸준히 나선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개막전과 2라운드 연속 선발로 나섰다. 실종된 활약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택'으로 변화된 상황에 화답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을 다시 선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최종예선 첫 걸음에 선발로 기회를 줬다. 원톱 지동원을 받치는 2선 공격라인 오른 측면을 담당한 이청용은 측면 중앙을 아우르며 중국 수비를 괴롭혔다. 5백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밀집수비에 이청용의 움직임은 위협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빠르지 않지만 여유있게 조율하는 모습은 든든함을 줬다.
결국 부활을 알리는 축포까지 쏘아올리며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옳았음을 보여줬다. 이제 다시 시작한 이청용. 예전처럼 무한질주를 한다면 앞으로 최종예선 발걸음도 가볍다.
상암=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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