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고려판 '가을동화'다.
SBS 월화극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 연인)'가 다소 난감한 설정으로 시청자의 감수성을 공략했다.
6일 방송된 '달의 연인'에서는 해씨부인(박시은)이 죽음을 맞는 모습이 그려졌다. 해씨부인은 남편 왕욱(강하늘)의 마음이 해수(이지은, 아이유)에게 향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황후 황보씨(정경순)에게 해수를 왕욱의 짝으로 맺어달라고 부탁했다. 이후 해씨부인은 왕욱의 등에 업힌 채 생을 마감했다. 왕욱과의 과거를 추억하며 "제가 더 많이 연모하면 되는 것을"이라며 숨을 거뒀다.
이 장면은 사실 원작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림이다. 해씨부인의 원작 캐릭터는 마이태 약란(류심유)과 흡사하다. 약란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제8황자 윤사(정가영) 측복진으로 간택되고, 연인이 전쟁에 나가 전사하게 된 캐릭터다. 약란은 끝까지 8황자를 사랑하지 않았고,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 전사한 연인만을 마음에 품었다. 그래서 시청자들도 약란의 동생인 약희(류시시)와 제8황자의 로맨스를 불편하지 않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달의 연인'에서는 아무리 정략 결혼한 사이라고는 하지만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부인을 두고 그의 육촌 동생 해수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도 못하는 왕욱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꽤나 불편한 그림을 만들어냈다. 도대체 왜 원작 설정을 무리하게 바꾼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어쨌든 해씨 부인이 왕욱에게 업혀 생을 마감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해씨부인의 죽음이 너무나 확실하게 예고돼 질질 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의견도 있긴 하지만 그 영상 만큼은 '가을 동화'에서 송승헌의 등에 업힌 채 죽음을 맞은 송혜교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며 애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시은은 죽음을 앞두고 사랑하는 남편을 육촌 동생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해씨부인의 감정선을 절절하게 그려냈다. 연기 내공이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며 산만한 극의 분위기를 제대로 잡아줬다. 또 앞으로 이야기 전개의 단서도 남겼다. 해씨 부인의 죽음으로 해수가 왕욱에게 갈 위기에 처하자 왕소(이준기)와 사랑의 도피를 떠나려 한다는 전개를 예측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처럼 박시은은 제 몫을 톡톡히 해낸채 퇴장했다. 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해씨 부인이라 행복했다. 연기가 즐겁고 행복하다는 걸 다시 깨우쳐주셔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해씨 부인 예쁘게 그려주신 작가님도 감사드린다. 누나 웃겨주며 연기하느라 (강)하늘이도 고생했고 이제 해수와 마음껏 행복하길. 여러분 제 동생 해수 많이많이 사랑해주세요. 여러분께 맡기고 저는 갑니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이날 방송된 '달의 연인'은 지난회(5.7%)보다 소폭 상승한 6%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했다.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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