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시작이다."
'불굴의 레이서' 박태환(27·인천광역시청)이 돌아왔다. 리우올림픽의 부진을 이겨내고 전국체전에서 이틀 연속 호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11일 충남 아산 배미수영장에서 열린 제97회 전국체육대회 수영 일반부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3초58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2013년 자신의 대회기록(3분46초71)을 3초13 앞당겼다. 이 기록은 지난시즌 세계랭킹 5위, 리우올림픽 자유형 400m 결승 4위(3분44초01)에 해당하는 호성적이다.
전날 자유형 200m의 기록은 '발군'이었다. 1분45초01, 6년전 스물한살 때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기록한 한국최고기록 1분44초80에 불과 0.21초 모자랐다. 리우올림픽 은메달에 해당하는 뛰어난 기록이다.
도핑 징계 이후 국내 규정에 묶여 CAS 제소 등 천신만고 끝에 리우올림픽에 나선 박태환은 2년여만의 국제무대에서 고전했다. 박태환의 베이징, 런던올림픽에서 예선과 결선 기록은 확연히 달랐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예선에선 본 실력을 숨기고 어느 정도 페이스를 조절했기 때문. 그러나 20대 초반 신예들이 대거 등장한 '춘추전국' 리우올림픽 무대는 페이스가 달랐다. 대부분의 어린 선수들이 예선전부터 전력투구했다. 예선 기록이 결선 기록과 거의 동일하거나 못미치기까지 했다. 자유형 200m에선 1분44초63의 쑨양을 제외하곤 1분45초대 예선때와 별 다를바 없는 기록으로 메달이 결정됐다. 박태환은 예선 레이스 운용 전략에 실패하며, 훈련성과를 보여줄 기회마저 놓쳤다. 명예회복을 노린 무대에서 아쉬움이 컸다.
8월 귀국 후 나홀로 다시 물살을 갈랐다.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모두 반납하고, 비밀리에 호주 전훈을 떠났다. 3주간 남몰래 구슬땀을 흘렸다. "리우올림픽 때보다 부담감이 적고 마음이 가벼웠다. 좋은 기록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 기분이 좋다"고 웃었다.
스물일곱의 박태환, 자유형 200m, 400m 기록의 의미는 크다. 6년전 최고기록에 근접했다. 세월을 거스른 '역주행'이다. 박태환에게 이 기록의 의미를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울지 모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얼마나 더 수영선수로 생활할지 모르지만 올림픽 때 못보여준 걸 조금이나마 이경기에서 보여줬다. 세계 무대에서 다시 웃을 수 있는 날이 오는, 시작이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도핑 사건 이후 올림픽 출전 논란, 리우올림픽의 부진이 잇달아 겹치며 맘 고생이 컸다. 힘든 나날 속에 단 하루도 훈련을 쉬지 않았다. 이를 악물었다.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일, '수영'으로 인한 시련을 '수영'으로 극복하기로 맘 먹었다. 박태환은 "올림픽에서 부진한 성적을 받아든 뒤 많이 힘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 수영을 통해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2년간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깜깜한 터널속에서 물살을 갈랐다. '선수는 오직 기록, 실력으로 말한다'는 생각 하나로, 옆도 뒤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왔다.
"앞으로 좋은 경기를 세계 무대에서 보여주는 게 오늘부로 내 마음에 들어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돌아온 스물일곱의 박태환이 '다시 시작'을 노래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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