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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질주의 중심에는 '전통의 금밭' 빙상종목이 있었다. '에이스 듀오' 심석희(20) 최민정(19)을 앞세운 쇼트트랙은 이번 대회에 걸린 총 8개의 금메달 가운데 5개를 휩쓸면서 다시 한 번 세계최강임을 입증했다. 부상으로 한동안 잠잠하던 남자대표팀의 박세영(24)도 1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부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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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상 종목이 변함없는 존재감을 드러냈다면, 스키 종목은 희망을 쐈다. 스타트는 스노보드의 이상호(22)가 끊었다. 이상호는 대회 첫날 일본 홋카이도의 삿포로 데이네에서 열린 남자 대회전에서 한국 스노보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거는 역사를 썼다. 분위기를 탄 이상호는 이튿날 열린 회전에서도 금메달을 거머쥐며 2관왕에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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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피겨스케이팅에서도 희망을 발견했다. 부상 때문에 출전을 포기한 김나현 대신 출전한 최다빈(17)은 25일 막을 내린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총합 187.54점(쇼트 61.30점, 프리 126.24점)을 기록하며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첫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종전 기록은 1999년 아이스댄스 김태화-이천군조와 2011년 여자 싱글 곽민정이 따낸 동메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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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항 선수단장은 "우리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으로 약속했던 목표를 달성해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우리 선수들의 투혼은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이는 한국 동계스포츠사의 큰 업적으로 길이 남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편식 없는 금메달 행진을 펼친 태극전사들은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을 밝혔다.
이번 대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펼쳐진 대회인 만큼 '평창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통해 최상의 전력을 과시하며 활짝 웃었지만, 동시에 보완해야 할 점도 발견했다.
쇼트트랙에서는 중국의 이른바 '나쁜 손'에 울었다. 심석희는 여자 500m 결선에서 중국 판커신의 손에 무릎을 잡히며 뒤로 밀려났다. 레이스가 끝난 뒤 심판은 비디오 판독 끝에 판커신은 물론, 심석희에게도 실격을 선언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나쁜 손'에 제대로 액땜한 심석희는 "중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는 충분히 더 거칠게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견제에)넘어지지 않도록 잘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드스케이팅에서는 일본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일본은 여자 500m에서 고다이라 나오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여제' 이상화(28)를 위협했다. 여자 매스스타트에서는 일본의 전략에 당했다. 일본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다카기 미호와 사토 아야노가 앞으로 치고 나가며 나란히 1~2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 '세계랭킹 1위' 김보름(24)은 상대의 작전에 당해 동메달을 차지했다. 경기 뒤 사토 아야노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가 한 작전은 김보름을 막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스피드스케팅 관계자는 "소치동계올림픽 때 아쉬움이 많았다. 이후 관련 지원이 늘었다"고 전했다.
'평창 전조천'은 선수들의 경기력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도 이번 대회를 통해 보고 배워야 할 점이 있었다. 특히 삿포로는 1972년 동계올림픽을 비롯해 이번 대회까지 동계아시안게임만 3번을 치른 만큼 '노하우'가 많을 것이란 예상이 앞섰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이 빗나갔다. 일본 교도통신의 아오키 기자는 "일본은 2026년 삿포로에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려고 한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서 대회를 지켜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며 "일본 기자와 현장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봉사자들 사이에서도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외국 기자들의 눈에는 어떤지 궁금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번 대회는 홋카이도를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대회 안내 광고조차 보기 어려웠다.
현장을 둘러 본 유동훈 문화체육부 제2차관 역시 "지금까지는 평창 대회를 위해 큰 틀을 잡는 과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디테일을 잡아야 한다.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을 통해 디테일을 보려고 했는데 예상과 달리 별 내용이 없었다"며 "오히려 '하지 말아야 하는 부분'을 더욱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 사후 활용 방안 등은 배울 점으로 꼽힌다. 이번 대회는 삿포로동계올림픽 때 지은 건물을 활용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공식 경기장 12곳 가운데 무려 7곳을 사용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40년 넘게 시설을 유지 관리한 비결은 충분히 보고 배울 만하다. 또 일본은 대회가 끝난 뒤 경기장을 시민에게 돌려줘 지속 가능한 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스키장인 삿포로 데이네는 겨울철에만 문을 열지만 중국, 말레이시아 등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여전히 일본 최고 인기 스키장으로 불린다. 여름에는 스키장 옆에 지은 골프장을 개방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쇼트트랙 경기장 역시 평소에는 주민 강습소로 활용한다.
한국은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린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희망과 보완점을 발견했다. 이제 남은 것은 강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채우는 일이다. 삿포로에서 밝힌 희망의 빛, 이제 남은 것은 그 불꽃을 평창까지 아름답게 끌고 가는 일이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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