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제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지난해 6월 K리그를 떠난 최용수 감독이 돌아왔다.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을 이끌고 8개월여 만에 국내 무대에 섰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H조 1차전, 상대는 제주 유나이티드였다. 최 감독의 힘은 역시 팔색조의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팀 장악력이다.
그 흔적은 여전했다. 전반 27분, 최 감독의 진가를 볼 수 있었다. 제주의 김원일과 장쑤의 로저 마르티네스가 충돌했다. 둘 다 경고를 받는 극단의 신경전을 펼쳤다.
초호화 진용을 자랑하는 슈퍼리그의 외국인 선수들은 화제의 중심이다. 그들의 몸값은 설명이 필요없다. 마르티네스의 이적료는 100억원이 훌쩍 넘는다. 개성 또한 강하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됐다. 최 감독은 FC서울 사령탑 시절부터 선수들의 불필요한 '흥분'에 혹독한 채찍을 꺼내들었다. 천하의 마르티네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불호령이 떨어질 찰나 마르티네스가 먼저 벤치의 최 감독을 향해 '자제하겠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반면 '600억원의 사나이' 테세이라는 전반 직후 경미한 근육 통증을 호소했다. 출전을 강행해도 큰 문제는 없었지만 '선수 보호'가 우선이었다. 최 감독은 테세이라를 쉬게 했다. 후반 44분에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졌다. 결승골이 터졌다. 골대를 두 차례나 강타한 제주의 경기력이 우세했지만 극적인 골은 장쑤의 작품이었다. 하미레스가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최 감독의 용병술이 빛을 발한 일전이었다.
1일 장쑤의 안방에서 올 시즌 첫 경기가 열렸다. ACL 조별리그 2차전, 상대는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였다. 이번에는 1차전에서 부상으로 교체된 테세이라가 해결했다. 홀로 두 골을 작렬시키며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최 감독의 장쑤는 2연승으로 H조 1위로 올라섰다.
K리그와 함께 중국 슈퍼리그도 4일 개막된다. 장쑤는 5일 원정에서 상하이 선화와 첫 대결을 펼친다. 최 감독은 기대반, 설렘반이다. 그는 장쑤에서 첫 동계전지훈련을 지휘했다.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팀도 미완성이다. 다만 결과와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이 최 감독의 철학이다. 승리를 통해 더 단단한 팀을 만들어나간다는 각오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은 내용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그렇게 팀이 만들어져야 긴 호흡을 갖고 한 시즌을 치를 수 있다"며 "이제 또 한 걸음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많은 팀들이 전력을 보강해 벽은 더 높아졌지만 우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준비한대로 앞만 보고 달려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의 이유있는 자신감, 2017년에도 흔들림이 없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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