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점 4.5 만점에 3.8, 토익 0점, 자격증 0개, 어학연수·인턴 경험 없음.'
미생물 전문연구원을 꿈꾸는 나는 지방대학교 4학년 취업준비생이다.
기업이 요구하는 틀에 맞춰 나 자신을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흔한 '스펙' 하나 없다.
게다나 '인구론'(인문계의 90%는 논다)에 맞서 당당하게 '이송합니다'(이과라서 죄송합니다)라고 맞받아칠 수 있는, 문과만큼이나 취업이 어렵다는 생물학을 전공한 여학생이다.
대학교 재학 4년 동안 단 한 번도 아르바이트를 쉰 적이 없다.
주중 저녁엔 학원에서 파트타임 강사를 하고 주말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점원으로 일했다.
시험 기간엔 두 다리가 퉁퉁 부어오르는 것도 잊은 채 카운터에 서서 공부했고, 방학이 와도 고향에 가는 대신 기숙사에 머물며 돈을 벌었다.
덕분에 200만원 남짓한 등록금은 물론 기숙사비, 생활비까지 모두 내 힘으로 부담할 수 있었다.
일주일 용돈은 5만원으로 정해 그 이상 쓰지 않았다. 돈이 다 떨어지면 약속도 모두 취소하고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여행 가방 대신 전공서적으로 가득한 책가방을 둘러매고 커피숍 대신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도서관과 기숙사만 오간 덕분에 집에 손 한번 안 벌리고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지금까지 약 700만원을 모을 수 있었다.
누군가는 과외 몇 번으로 거뜬하게 버는 '푼돈'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지난 4년간 땀 흘려 거둔 소중한 청춘의 결실이다.
그렇다고 '3포 세대'라 자조하진 않는다. 파스타 대신 학식을 먹으며 우정을 쌓았고, 번화가 대신 캠퍼스를 걸으며 사랑을 키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남들과 다른 삶의 궤적을 그리거나 남들보다 조금만 뒤처져도 '평범'이란 말 대신 '무능'이라 표현하며 계량화한 '스펙'을 요구했다.
겉으론 살아온 과정을 본다고 말하면서도 속으론 살아온 결과를 평가했다.
영하로 떨어진 취업 체감온도에 몸을 떨며 세상이 요구하는 눈높이에 맞추고자 과 동기 31명 중 11명은 현재 휴학 중이다.
대부분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시장 문을 두드리는 것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이들이다.
나도 예외는 아니라 지금은 서울에 있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공부 중이다.
공무원이 돼 행정업무를 보거나 전공과 상관없는 기업에 취직해 매월 200만원도 안 되는 돈을 받으며 언제 잘릴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신세가 되기 싫었다.
누군가의 눈엔 아직 철없고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로 보일 수 있겠다. 그러나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들여다보고 강의실에서 졸아가며 생물학을 공부한 지난 4년의 세월은 푸르디푸른 내 청춘의 한 조각이다.
이 시절을 손바닥 안으로 불어오는 바람처럼 흘려보낼 순 없었다.
그렇기에 동네에 변변한 학원 하나 없어도 토익 대신 토플을 공부하고 자격증 대신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수험서를 붙잡고 있는 것이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고 힘든 순간도 많았다.
'후회는 없다'고 되뇌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선뜻 어느 학교 출신인지 말하지 못하는 나 자신의 이중성이 실망스럽기도 했다.
고졸이 최종학력인 부모님이 '우리 딸 대학생 됐다'며 고기파티까지 열어줘 입학을 축하해준 대학교였다.
괘종시계의 추도 아닌데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 대한 긍정과 부정을 왔다 갔다 하며 오늘도 밤 10시가 훌쩍 넘어서야 학원에서 퇴근해 기숙사 침대에 쓰러지듯 눕는다.
home12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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