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에 휴지 한조각 없더라고요. 분리 수거까지 싹 해놓고 갔더라니까요."
지난 27일 밤, 일본-이탈리아의 20세 이하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이 끝난 천안종합운동장, 20세 이하(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천안시 월드컵지원단의 김병수 주무관은 믿기지 않는 풍경에 혀를 내둘렀다.
일본은 이날 이탈리아에 경기 시작 7분만에 2골을 내주며 0-2로 뒤지다, 에이스 도안 리츠(감바 오사카)의 기적같은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2대2 무승부를 기록했다. 극적으로 16강을 확정한 후 경기장은 '울트라 닛폰' 서포터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짜릿한 명승부를 마친 뒤 일본 선수단의 라커룸, 그들이 떠난 자리는 거짓말처럼 깨끗했다. 휴지 한조각 찾아볼 수 없었고, 페트병과 종이컵은 정확하게 분리돼 있었다. 사흘 간격으로 반복되는 경기 스케줄, 격무에 지친 직원들은 수고를 덜어준 어린 선수단의 조용한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90분간 전쟁을 치른 20세 선수들의 라커룸이라고 믿어지지 않는 풍경이었다. 무려 21명의 남자선수들이 머무는 공간이다. 경기 후 대부분의 라커룸은 폭탄 맞은 전쟁터가 된다. 먹다버린 바나나 껍질, 페트병이 나뒹굴고, 각종 영양제, 보충제 포장지도 사방에 널려 있다. 무릎 등을 감싼 테이핑, 얼음조각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천안종합운동장 스타디움미디어센터(SMC)를 관리하는 김씨는 "천안을 거쳐간 20세 이하 팀들 중에 이런 선수단은 처음 봤다"며 감탄했다.
일본 선수단의 매너와 함께 경기장을 채우는 일본 관중들의 응원전도 인상적이다. 이웃 일본의 16강행은 이번 대회 흥행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0세 이하 월드컵 취재를 위해 60여 명의 취재진이 한국을 찾았다. 일본 미디어가 한꺼번에 몰리는 경기는 기자석이 부족할 지경이다. 매경기 관중도 넘쳐난다. 이탈리아와의 조별예선 3차전 0-2의 패배를 2대2 무승부로 되돌려 놓으며 기적 16강을 이끈 데는 천안을 홈구장 분위기로 물들인 '12번째 선수' 울트라 닛폰 등 서포터스의 뜨거운 응원이 한몫 했다. 경기 후에도 "닛폰!닛폰!" "도안! 도안!" 함성이 천안벌을 가득 메웠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책임질 황금세대의 축제를 한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다.
일본이 속한 D조 조별예선 누적 관중은 4만8838명으로 한국이 속한 A조(12만5884명) 다음으로 많았다. 21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일본-남아공 개막전 관중은 8091명, 24일 같은 곳에서 열린 우루과이-일본전 관중은 평일임에도 7978명이었다. 27일 천안종합운동장 이탈리아와의 최종전을 찾은 관중은 무려 1만3명이었다. 3경기 누적관중 26072명, 경기당 평균 8690명이 찾아왔다. 한국이 속한 A조를 제외한 경기로는 일본전 관중이 가장 많았다. 신태용호의 3경기 관중(99837명)을 제외한 나머지 33경기 평균관중 5925명을 훌쩍 넘긴 수치다.
한편 한국 경기를 제외하고 제3국간 경기로 관중 1만 명을 넘긴 경기는 한국-기니전 직전 열린 아르헨티나-잉글랜드의 개막전(20일, 1만5510명, 전주), 28일 온두라스-베트남의 E조 조별예선 최종전(28일 1만427명, 전주), 28일 F조 최종전 세네갈-에콰도르전(28일 1만1047명, 전주) 까지 총 4경기였다. 일본-이탈리아전(27일, 1만3명, 천안)을 빼고는 모두 전주월드컵경기장이다. K리그 1강 전북의 안방, '축도' 전주성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천안=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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