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선발 격돌한 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투수 제이크 브리검과 한화 사이드암 김재영에게 이날 경기는 중요했다. 브리검은 최근 2경기 연속 좋지 않았다. 제구가 흔들리고 구속도 약간 떨어졌다. 마운드에서 신경질을 내는 모습도 더러 보였다. 김재영 역시 지난달 26일 4전5기끝에 시즌 2승째를 선발승으로 장식했지만 상대는 최약체 kt위즈. 여전히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다.
최종 승자는 브리검이었다. 넥센은 7대5로 승리했고, 브리검은 6이닝 동안 93개의 볼을 던지며 8안타(1홈런) 3탈삼진 4실점으로 시즌 4승째(2패)를 따냈다. 김재영은 2⅔이닝 동안 81개의 볼을 던지며 7안타(2홈런) 2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3회를 넘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올시즌 3패째(2승).
브리검은 1회초 한화 타자들의 노림수에 걸려들었다. 한화 타자들은 브리검의 슬라이더 등 옆으로 휘는 변화구에는 전혀 반응 하지 않았다. 직구나 투심, 포크볼 등 위아래로 움직이는 구질에 초점을 맞췄다. 1회초 2사후 3번 김태균은 투심을 때려 우전안타, 4번 윌린 로사리오는 포크볼을 때려 좌월 2루타, 5번 이성열은 149km 빠른볼을 가격해 좌측담장을 넘겨버렸다. 이후 양성우도 투심을 때려 2루타, 김경언 역시 포크볼에 반응을 보이며 1타점 적시타를 만들어냈다. 슬라이더 등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거의 볼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는 타이밍을 직구에 맞춰둔 뒤 반박자 앞에서 때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브리검은 2회부터는 패턴을 완전히 바꿨다. 버리는 횡변화구 없이 포크볼과 투심의 포지션을 다양화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한화 타자들은 2회부터는 6회까지 브리검을 전혀 공략하지 못하며 무득점 행진을 이어갔다.
반면 김재영은 넥센의 노림수를 버텨내지 못했다. 동료들이 먼저 4점을 만들어줬지만 3회말 1사후 결국 넥센 좌타라인에 혼쭐이 났다.
2번 서건창에게 중전안타, 3번 채태인에게 우중월 2점홈런을 내줬다. 불행의 시작. 이어 4번 김하성에게 좌월 1점홈런, 5번 김민성 좌전안타, 6번 박 윤에게 우중월 2루타를 허용했다. 7번 허정협의 타구는 2루수 정근우가 잘 잡았으나 먼저 스타트를 한 2루주자를 태그아웃 시키려다 1루주자까지 세이프가 됐다. 1사만루 위기. 8번 임병욱의 희생플라이와 9번 주효상에게 1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김재영은 4-5 역전을 허용한 뒤 마운드에서 터벅 터벅 걸어내려갔다.
이날 김재영은 3회를 넘기지 못했는데도 무려 81개의 볼을 뿌렸다. 넥센은 1번 이정후, 2번 서건창, 3번 채태인, 6번 박 윤, 8번 임병욱, 9번 주효상까지 모두 6명의 좌타자를 선발출전시켰다. 김재영의 고질적인 약점. 사이드암 김재영은 전날까지 우타자를 상대로는 피안타율이 2할2푼2리에 그쳤으나 좌타자에게는 피안타율이 무려 4할7푼4리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이날도 결국 3회 좌타자 서건창과 채태인에게 연이어 안타와 홈런을 얻어맞고 밸런스가 흐트러졌다. 신무기로 장착했던 커브도 스윙을 짧게 가져가는 '잘치는' 좌타자들에겐 무용지물이었다. 고척=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