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외야수 노수광이 새 옷에 적응하고 있다. 원래 가지고 있던 장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노수광은 2013년 한화 이글스의 육성 선수로 프로에 데뷔했다. 입단 당시부터 성실한 훈련 태도로 주목을 받았다. 일찌감치 군 복무를 해결했고, 2015년 트레이드를 통해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KIA에서 첫해 10경기 출전해 타율 8푼3리(12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당시만 해도 노수광보다는 오준혁이 더 많은 기회를 얻었다. 그러나 지난 시즌 KIA에서 77경기에 출전하며, 타율 3할9리(207타수 64안타)로 잠재력을 터뜨렸다. 외야 수비는 수준급이었다.
KIA에서의 생활도 길지는 않았다. 외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고, 올해 4월 다시 SK로 트레이드됐다. 프로 생활이 길지 않지만, 벌써 세 번째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렸다.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고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초반에는 다소 주춤했다. 5월까지 타율 2할4푼1리(87타수 21안타)를 기록했다. 1번 타자 자리는 조용호의 몫이었다. 하지만 최근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8월 8경기에서 타율 4할5푼2리(31타수 14안타). 출루율 4할8푼5리로 당초 구단이 기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야 수비에서도 김강민과 함께 가장 안정감을 자랑한다.
최근 상승세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했다. 노수광은 "팀에 빠르게 적응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 이적을 했을 때는 경기에 나가도 쫓기는 느낌이었다.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면서 "아무래도 결과로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압박감이 컸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적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팀을 알아가는 단계다. 경기 운영 등 여러 가지를 보고 배우고 있다. 아직 100% 안다는 확신은 안 든다. 팀에 맞춰가고 있다"라고 답했다.
SK는 리그에서 대표적인 거포 군단이다. 팀 홈런이 180개로 리그 1위.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디테일을 추구하지만, 쏠쏠하게 터지는 장타로 작전을 쓸 겨를이 별로 없다. 팀 도루도 42개로 리그 최하위. 노수광이 그 중 11개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KIA에서 도루 1개 기록). 노수광의 장점을 모두 살리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는 "그게 더 부담이 됐던 것 같다. 장타를 칠 수 있는 타자들은 그냥 치면 된다. 하지만 나는 공도 잘 보고, 출루도 해야 한다. 감이 안 좋을 때는 빠른 카운트에 공격하기도 어려워서 힘들다. 그런데 최근 감이 좋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수광이 타석에 여유를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여러 생각이 줄어들다 보니 괜찮아졌다. 그냥 나 자신을 놓아버렸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했다. 이어 노수광은 "연습할 때 고쳐야 할 부분은 코치님과 함께 계속 수정하고 훈련하고 있다. 무엇보다 타석에서 투수를 여유있게 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는 이적 직후의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내고 있다. 어쩌면 노수광의 SK에서의 선수 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남은 시즌, 그리고 앞으로의 성적에 더 관심이 쏠린다.
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