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인터뷰]최강희 감독"38살 이동국-21살 김민재, 열정의 온도가 같다"

by

"도대체 나이 차가 몇 살이야? (이)동국이가 빨리 결혼했으면 아들뻘인데 같이 가네. 허허."

'1979년생 공격수' 이동국(38)과 '1996년생 수비수' 김민재(21·이상 전북)가 함께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던 날, 최강희 전북 현대 감독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이동국은 최 감독과 함께 K리그 '1강' 전북의 역사를 썼다. 최 감독과 이동국은 감독과 선수 그 이상이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이동국의 태극마크를 거론할 때마다 최 감독은 조심스러웠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자 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애제자가 대표팀에 가서 행여 입길에 오르내릴까 하는 노파심이었다. 14일 명단 발표 후에야 비로소 속내를 드러냈다. "(이)동국이 같은 경우, 나는 (발탁 확률이) 반반이라 생각했는데… 신 감독이 용기 있게 노장 선수들을 뽑았다. '서른여덟' 나이에 경기력으로 인정받은 것이 기쁘다."

▶'서른여덟' 이동국, 실력으로 인정받아 기쁘다

최 감독은 이동국의 2년10개월만의 대표팀 승선에 대해 "와서 '군기 잡아라'가 아니라 경기력으로 뽑힌 것 아니냐"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신 감독이 현장에서 봤다. 서울전에서 결승골도 넣었지만 경기력이 정말 좋았다. 상주전도 좋았다. 동작에 군더더기가 없다. 그 나이에 경기력으로 평가받았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 감독과 이동국의 말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았다. 이동국은 대표팀 명단 발표 전 신 감독과의 통화에서 "정신적 리더로 대표팀에 가는 것은 반대한다. 선발이든 조커든 1분이라도 경기를 뛰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소속팀 전북에서 그러하듯 후배들과 '정정당당' 경기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최 감독은 "내 마음을 다 읽고 있구나. 같이 오래 있다 보니까…"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경기력으로 인정받은 것이 기분좋다. 그것은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본인의 힘으로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른여덟 골잡이' 이동국의 태극마크를 향한 열정과 진정성을 이야기했다. "본인이 축구화 벗을 때까지 국가대표는 포기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그런 열정이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솔직히 한발 뺄 수도 있다.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1996년생도 도전하고, 1979년생도 똑같이 도전한다. 5분이라도 팀에 공헌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간다. '애절함' '간절함'이 대표팀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K리그의 험한 길을 '사나이 믿음'으로 동행해온 베테랑 감독과 베테랑 선수는 이심전심이다. "전생에 가족이었나" 하더니 "사실, 많은 말을 나누지 않는다"며 웃었다. "'잘하고 있다' '고맙다' 말 안해도 표정만으로 안다. 서로 말을 많이 안한다. 둘다 살갑게 말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둘이 복도에서 어쩌다 마주치면 '어사'다. 어색한 사이, 하하."

▶'1996년생 센터백' 김민재, 대표팀 통해 성장할 것

한시즌 내내 믿고 쓴 1996년생 김민재의 발탁에 대해 최 감독은 "(김)민재는 사실 나중에 가도 되는데…"하더니 "중요한 시기에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겠지만 팀에서 하던 것 이상으로 잘해야 된다"고 조언했다. 될성 부른 센터백의 성장을 기대했다. "대표팀에 다녀오면 성장한다. 대표선수들과 훈련, 경기를 하고 오면 정신적, 실력적으로 성장한다. 예전에는 건방져진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김)민재는 전혀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도전적이고 대담하고 긍정적이다. 또래보다 일찍 대표팀을 경험하고 그렇게 단계를 밟아가면서 성장할 것이다."

'국대 센터백' 김민재를 키워냈다는 세간의 칭찬에 최 감독은 손사래쳤다. "이미 키는 다 커 있었다"는 조크로 말을 돌렸다. "나는 감독으로서 '만들었다' '키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방법만 가르쳐준다. 하나를 가르치면 두세 가지 습득해서 쟁취하는 것은 선수의 몫이다. 능력 있는 선수가 올바르게 커갈 수 있게, 환경을 만들어주고 경쟁시키는 것은 감독이 마땅히 할 일"이라고 했다.

이동국과 김민재, 신구조화가 어우러진 전북의 프로다운 분위기에서 이유를 찾았다. "노장 선수들이 솔선수범한다. 밥만 먹으면 웨이트장으로 간다. 훈련장에서 행동, 태도를 후배들이 본받는다. 그게 팀 문화가 되다 보니 능력 있는 선수들이 우리 팀에 오면 누구든 성장할 수 있다."

▶신태용 감독과 A대표팀 향한 무한 지지

'최고참' 이동국, '최연소' 김민재를 포함해 결국 전북에서 '공격수' 김신욱 이재성 '수비수' 최철순 김진수 등 6명의 주전선수가 A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A매치 휴식기, '1강' 전북의 훈련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봉동에서 밀짚모자 쓰고 고추농사나 지어야지"라며 농담으로 화답했다.

이내 진지하게 현실을 직시했다. "이번엔 6명이 아니라 12명이 가도 우리가 감수해야 한다. 지금은 우리도 중요하지만 대표팀, 한국축구가 가장 중요한 시기다."

A대표팀 차출 전 사전 조율이나 교감은 없었다. 최 감독은 "당연하다"고 했다. "6명일 줄은 몰랐다. 사전에 못 들었지만 이해한다. 대표팀 감독은 말이 새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도 바라지 않고, 신 감독도 미리 말해서도 안된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나는 괜찮다. 대표팀이 가장 중요하다."

'K리그 1세대' 최 감독은 신 감독 등 후배 지도자들의 일이라면 대놓고 '무한지지'다. 20세 이하 월드컵 때도 전북과의 연습경기에서 베스트 멤버를 주저없이 내세웠다. 전주성에서 어린 선수들이 맘껏 꿈을 펼치도록 배려했다. "신 감독도 그렇고 황선홍 최용수 서정원같은 젊은 지도자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한국축구를 이끌어가야 한다. 신 감독은 선두주자다. 영리하고…."

축구선배로서 후배들을 위한 책무감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1983년 K리그 출범 때부터 선수생활을 한 1세대인데, 지도자를 많이 배출하지 못했다. 주먹구구식이었다. 은퇴하고 처음 유럽에 갔는데 선수 때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2년 세대'도 있고, 신태용 최용수 황선홍 서정원 세대도 있다. 대한민국 축구를 잘 이끌기 위해서는 이런 친구들이 잘돼야 한다. 직접적으로 뭘 해줄 순 없지만, 후배들이 잘 되도록 늘 뒤에서 응원하고, 도와줘야 한다."

최 감독은 "대표팀도 결국은 분위기 싸움이다. 신 감독이 가장 잘하는 부분이다. 모두가 화합해야 하는 경기다. 분명 잘될 것같은 생각이 든다"며 '신태용호'에 힘을 실었다. "이번에는 욕 안먹고, 모두 영웅이 되어서 돌아왔으면 좋겠다." 6명의 주전들을 '신태용호'에 기꺼이 떠나보낸 '1세대' 감독의 진심이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