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한국 축구를 세계 4강으로 이끈 박항서 창원시청 감독(58)이 베트남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팬타지움에서 베트남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계약서에 최종 사인했다. 계약기간은 2019년말까지이며 연봉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박항서 감독은 "연봉은 역대 베트남 국가대표 사령탑 중 최고 대우라고 한다. 그러나 내가 전임 감독들 계약서를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현직 사령탑이다. 올해 내셔널리그(실업축구) 명문 창원시청 지휘봉을 잡았다. 아직 시즌을 다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베트남 축구협회는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을 인정했고, 영입에 성공했다.
박항서 감독도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그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지도자다. A대표팀을 비롯 K리그 클래식, 챌린지, 내셔널리그까지 전부 다 해봤다.
특히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코치로 히딩크 감독을 잘 보필했다.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 감독도 지냈다. 이후 포항 수석코치, 경남FC 감독, 전남 드래곤즈 감독, 상주 상무 감독을 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떻게 일이 진행된 건가.
▶어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사인했다. 1주일만에 급박하게 돌아갔다. 베트남축구협회에서 부회장 2명 등 많은 사람이 와 주셨다. 감사드린다.
-쉽지 않은 도전인데 결정한 이유는 뭔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쉽지 않겠지만 도전하고 싶었다. 내 개인적으로 국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다. A대표팀 코치, 감독, 여러 프로팀에서 사령탑을 지냈다. 외국에서 나를 필요로 해서 불러준 것이다. 외국에서의 경험도 나의 지도자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두번째는 한국 지도자가 또 다른 외국에서 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그 만큼 한국 축구는 올라간다. 물론 내가 반드시 이번 베트남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열심히 할 것이다. 부담도 된다. 그러나 잘 한 다면 계속 베트남에서 한국 지도자를 찾을 수 있다. 시장 확대 차원에서 좋을 것 같다.
-사모님은 뭐라고 하셨나.
▶도전해보라고 했다. 물론 걱정도 해주었다. 아내는 다 똑같을 거 같다. 남편이 백수로 놀면 좋아하겠나. 아내도 새로운 도전에 찬성했다.
-계약 기간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나.
▶연봉은 얘기를 못한다. 계약기간은 2019년 말까지라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10월부터 시작해서 2년 2개월인 셈이다. A대표팀과 올림픽팀을 총괄하게 된다. 벌써 마음이 무겁다.
-앞으로 일정을 좀 알려달라.
▶10월 10일쯤 베트남에 들어간다. 한 경기를 참관하고, 그 다음날 공식 취임 세리머니를 할 것 같다. 현지 기자회견도 있다고 들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창원시청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를 할 것 같다.
-그쪽 베트남축구협회에서 박항서 감독에게 원하는 건 뭔가.
▶한마디로 베트남 축구의 성장을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좋은 성적이라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선 2019년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그걸 나에게 맡겨준 것이다.
-코칭스태프는 어떻게 꾸릴 생각인가.
▶내가 한 명 데려가기로 했다. 나머지는 현지 베트남 스태프가 한다. 또 통역은 한국말 베트남어, 영어에 능통한 사람으로 내가 직접 고르기로 했다. 현지에서 면접을 볼 생각이다.
-창원시청에 고마울 거 같다.
▶미안하고 감사드린다. 처음 베트남 쪽에서 제안을 받고, 망설였다. 내가 현직에 있기 때문에 내 맘대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창원시체육회에 말씀 드려 허락을 얻었다. 그리고 어제 최종 사인하기 전에 구단주인 창원시장님께 전화 통화를 했는데 허락하셨다. 기회를 주셨고, 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창원시와 시민들께 고개숙여 감사드린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