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전형적인 가을 날씨가 마음마저 가뿐하게 해준다. 바깥 공기도 제법 쌀쌀해지고 수목들의 월동준비도 한층 분주해졌다.
가을이 홍시처럼 무르익는 시절 자연이 베푼 겨울채비가 숨가쁠 만큼 아름다운 곳이 있다. 경남 함양에 자리한 천년의 숲, 상림(上林)이 그곳이다. 늦가을 상림엔 아름다운 단풍낙엽숲이 펼쳐진 만추의 서정이 압권이다.
거기에 함양은 어탕국수며 소고기국밥, 옛날 순대, 안의갈비 등 맛있는 토속별미가 풍성한 고장이다. 그중 함양의 대표적 미식거리로 안의갈비(찜)를 빼놓을 수가 없다. 함양군 안의면이 원조인 안의갈비찜은 여느 갈비찜이 다양한 양념을 곁들이는 것과는 달리 주로 간장만을 사용한다. 때문에 갈비 본래의 담백한 고기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구미를 당긴다.
흔히 갈비찜은 밤, 당근, 무 등을 넣고 함께 쪄내는데, 안의갈비는 그 조합이 안동 찜닭과 비슷하다. 안동찜닭의 경우 소갈비 대신에 닭, 그리고 건 고추와 당면이 들어가고 국물을 자작하게 조려서 찜닭을 만들어 낸다. 안의 갈비찜의 조리법도 이와 비슷하다. 한우고기에 달콤한 간장 양념, 그리고 각종 채소와 버섯 등을 듬뿍 넣고 조리하는 게 특징이다.
이처럼 부드럽게 쪄낸 갈비와 당근, 양파, 버섯, 파 등을 함께 곁들일 수 있으니 건강식이 따로 없다. 갈비찜 역시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아서 고기 본연의 맛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체로 달큰한 간장으로 졸인 음식을 좋아하는 것도 안의갈비찜의 인기비결과 무관치 않다.
갈비요리를 잘하는 집은 대체로 탕도 맛나다. 안의갈비 전문점들도 갈비탕을 곧잘 끓인다. 큼직한 왕갈비를 쓰다 보니 먹잘 것도 푸짐하고 국물도 시원 구수하다.
안의갈비는 안의면 금천리 금천변 광풍루 옆에 자리한 오래된 식당을 비롯해서 주변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이들 식당에서는 밑반찬도 된장에 박은 콩잎, 청국장, 비지 등 토속미가 물씬 풍기는 것들을 내주니 가을 미각을 채우기에도 적당하다.
함양 안의가 유독 소갈비로 유명한 연유가 있다. 안의는 지금은 면 단위의 작은 지역이지만 조선시대에는 제법 큰 고을이었다. 경남 거창의 일부까지 포함해서 안의현이라고 했는데, 영남 서북부의 교통 요지였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안의에는 오일장이 제법 크게 섰다. 그 오일장 한 켠에 우시장도 있었다. 또 안의면에 도축장도 함께 있어서 자연스럽게 안의갈비라는 브랜드가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의는 연암 박지원과도 연관이 있는 곳이다. 양반전, 열하일기 등으로 유명한 연암 박지원이 안의 현감(1792~1797년)을 지냈다. 박지원이 1780년 사신일행으로 중국에 가서 본 선진 문물에 대한 기록 '열하일기'에 물레방아도 언급되어 있는데, 박지원은 안의현감 재직시절 물레방아를 직접 만들었다. 함양 용추계곡에 있는 한반도 최초의 물레방아가 그것이다.
맛난 별미를 맛본 후 다이어트 겸, 명품 숲 한 바퀴는 매력 있는 만추의 여정이 된다. 신라 말 최치원 선생이 조성한 상림은 함양읍내 위천 천변을 따라 길이 1.6km, 폭 100~200m 내외로 아름드리 숲이 펼쳐져 있다. 갈참나무, 단풍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서어나무, 신갈나무, 쪽동백 등 100여 종 2만여 그루의 아름드리 활엽수가 들어차 있다. 워낙 장구한 세월 동안 터를 닦아 온지라 잘 보존된 천연림 못지않게 빼어난 자연의 풍치를 자랑한다.
숲 양쪽으로 호젓한 산책코스와 벤치 등 쉼터도 잘 갖춰져 있으니 낙엽을 밟으며, 그리고 낙엽 비를 맞으며 느릿한 산책의 묘미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이 가을 잠시 바쁜 일상을 접고 천년 숲에 내려앉은 가을 색에 젖어보자면 이만한 호사가 또 없을 것이다.
김형우 문화관굉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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