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에서 신장은 절대법칙처럼 강력하다. 실제 경기 결과도 높이에서 좌우될 때가 많다. 하지만 매번 그렇진 않다. 높이를 허물수 있는 정교함과 스피드만 있다면 해볼만하다.
서울 삼성 썬더스가 장신군단 전주 KCC 이지스의 산성을 허물었다. 삼성은 27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정관장 프로농구 KCC와의 홈게임에서 94대75 대승을 달성했다. 2연승으로 3승3패, 5할승률에 성공했다. KCC는 3연승이 끝났다. 3승3패로 삼성과 동률.
경기전 이상민 삼성 감독은 고민이 많다고 했다. 하승진, 찰스 로드가 버티는 KCC의 강력한 포스트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박스아웃을 통해 리바운드 열세를 극복하고 싶다. 리바운드는 열정이고, 의욕이다. 스피드를 살려 상대 주득점원인 이정현 등의 득점루트를 막겠다"고 했다.
삼성은 전반에만 51-30으로 앞섰다. 누구도 예상못한 일방적인 경기. 전반 동안 삼성의 팀리바운드는 무려 20개(공격 리바운드 4개), KCC는 12개에 그쳤다. 삼성의 공격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았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중앙을 지배하고, 외곽은 김동욱과 마키스 커밍스가 책임졌다.
커밍스는 27분여를 뛰며 20득점을 올리는 효율농구를 했다. 김동욱은 3쿼터까지 3점슛 4개를 포함해 16득점을 뽑아냈다.
라틀리프는 전반에만 13득점-8리바운드로 일찌감치 더블-더블을 예약했다. 라틀리프는 이날 25득점 15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41경기 연속 더블-더블 신기록 행진. 경기전 이상민 삼성 감독은 "라틀리프의 더블-더블 기록이 깨졌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라틀리프 본인도 기록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를 하면 좋겠다. 하지만 워낙 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는 선수여서 더블-더블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득점은 쉽고 리바운드가 문제인데 키큰 선수들 사이에서도 어떻게든 잡아낸다"고 말했다. 삼성과 라틀리프는 개인과 팀 모두 웃었던 최고의 하루였다.
삼성은 3쿼터에도 질식수비로 KCC를 옥죄었다. 76-48, 28점차로 삼성이 앞선 채 4쿼터에 돌입했다. KCC가 4쿼터 초반 76-56까지 추격했으니 삼성 김태술의 3점슛이 터졌고, 흐름은 다시 삼성이 잡았다. 삼성은 단숨에 81-56으로 앞서나가며 KCC의 추격의지를 완전히 꺾어 놓았다.
KCC는 이날 하승진이 2득점에 그치고, 이정현도 11득점으로 묶였다. 안드레 에밋이 25득점을 했지만 '나홀로 농구'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