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리그에서 가장 큰 변화는 처음 선보인 VAR(비디오판독 시스템) 제도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내년부터 관련 예산과 인력 등 지원 대책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입 첫해 VAR이 연착륙 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일단 통계가 말해준다. 연맹에 따르면 VAR 적용 회수는 총 64회였고, 이 가운데 판정이 바뀐 경우가 43회(판정 유지 21회)였다. 오심 43개를 바로 잡은 셈이다. VAR 도입 이후 판정에 대한 불만이 크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도입 초기단계여서 시행착오로 인해 논란도 적지 않았다. 현장에서 VAR 적용 시점, 판단 과정 등을 두고 적잖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심판이 VAR에 너무 의존하는 경향도 두드러졌다.
특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문제점은 경기장 현장에서 VAR이 적용됐을 때 '깜깜이 관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입장료를 내고 '직관(경기장 직접 방문 관전)'하는 축구팬들은 VAR 판정이 선언될 경우 경기장 현장에서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그런 판정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경기장 장내 아나운서가 VAR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같은 제도를 시행 중인 프로야구, 프로농구, 프로배구와는 완전히 다른 제도 적용 방식이어서 축구팬들의 답답함에 대한 불만 호소는 끊이지 않았다.
연맹도 이 문제로 인해 팬 서비스 차원에서라도 VAR 결과에 대한 장내방송 설명을 하는 방안을 고민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경기장 안내 서비스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축구평의회(IFAB)의 과도한 '원칙주의'때문이다. IFAB는 축구규칙에 관한 제반 사항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기구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여기에 가입돼 IFAB가 결정한 규칙 등을 각국 축구협회에 하달하는 구조다.
연맹에 따르면 IFAB는 현재 VAR 제도와 관련해 '경기장 내에서 판독 결과에 대해 안내할 수 있다'는 세부시행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장내 안내 서비스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연맹은 VAR을 도입하기 이전부터 현장에서의 혼란 발생이 우려돼 IFAB에 건의했지만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초 스위스에서 열린 IFAB 주관 VAR 워크숍에도 담당자를 파견해 재차 문제를 제기했지만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IFAB는 내년 3월 VAR의 전 세계 통용 등 2018년 VAR 운영에 대한 지침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 때까지 장내 안내 규정이 신설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연맹의 설명이다.
연맹 관계자는 "아무래도 원칙을 수호해야 하는 보수적인 조직이다 보니 단지 규정에 없기 때문에 장내 안내방송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 우리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판정에 민감한 댓글 여론 등 해외리그와는 다른 한국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인 듯하다. 이른바 '로컬룰'을 적용해 K리그 독자적으로 안내방송을 하는 것도 위험하다. 국제적인 규칙을 따르지 않을 경우 FIFA로부터 대표팀 관련 제재나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연맹은 현재 오보 방지를 위해 경기장 현장에서 취재진과 방송중계팀에게는 VAR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결국 비용-시간 들여 경기장을 찾는 충성팬들이 오히려 TV로 시청하는 팬보다 더 열악한 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연맹은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상급기관의 '고집'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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