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현(22·삼성증권 후원)은 꿈을 이루며 2017년을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에서 생애 첫 우승을 맛봤다. 무대는 넥스트제너레이션 파이널스였다. ATP 랭킹포인트는 부여되지 않지만 ATP 공식 투어 대회로 인정받았다. 21세 이하 선수들 중 세계랭킹 순으로 8명이 출전한 대회였다. 그야말로 세계 테니스를 이끌어갈 차세대 선수들의 경연장이었다. 정 현은 러시아 출신 안드레이 루블레프(39)에 3대1로 역전승했다.
이날 우승으로 정 현은 이형택(41·은퇴) 이후 14년10개월 만의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한국인이 됐다. 이형택은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투어 대회 정상에 처음 올랐다. 2001년 5월 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에선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앤디 로딕(미국)에게 져 준우승한 바 있다.
ATP는 '교수님(정 현)이 이제는 차세대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며 극찬을 쏟아냈다. 정 현은 어릴적 부터 약시 때문에 안경을 꼈다. 경기를 할 때도 고글을 쓴다. 모범생 같은 외모 탓에 '교수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또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을 잃지 않고 승리로 가는 해법을 찾는 차분한 경기 스타일도 이 같은 별명을 강화했다. 로이터 통신은 정 현을 경기 중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는 뜻에서 '아이스맨'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우승 말고도 정 현은 2017년 많은 것을 얻은 시즌이었다. 세계 1위 라파엘 나달, 아시아 선수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있는 니시코리 케이(일본) 등을 만나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올해 9월에 개인 최고 랭킹 44위를 기록했다.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에서는 32강까지 진출했다. 구름 위를 걸은 정 현이 코카콜라 체육대상 11월 MVP로 선정됐다. 스포츠조선이 제정하고 코카콜라가 후원하는 코카콜라 체육대상 11월 MVP 정 현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진다.
아직 배가 고프다. 달성할 목표가 많다. 첫 번째 목표는 이형택이 가지고 있던 한국 선수 최고 랭킹 갱신이다. 이형택은 2007년 8월 36위를 기록한 바 있다. 두 번째는 메이저대회 성적이다. 역시 이형택이 2007년 US오픈에서 16강까지 올랐다. 마지막은 꾸준함이다. 롤랑가로스가 끝난 뒤 정 현은 발목을 다치면서 잠시 쉬었다. 정 현은 "부상없이 돌아와서 더 좋은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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