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중앙 수비수' 홍정호(29)가 우여곡절 끝에 'K리그 1강' 전북 현대에 합류했다.
전북은 14일 중국 장쑤 쑤닝으로부터 홍정호를 1년간 임대 영입했다고 밝혔다.<2017년 12월 26일 스포츠조선 단독 보도> 이날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해 연봉계약서에 사인한 홍정호는 전북의 1차 동계 전지훈련 캠프인 일본 오키나와로 떠나 몸 만들기와 주전 경쟁에 돌입한다.
'새 팀 찾기 미션'에 성공한 홍정호의 K리그 유턴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 과정 속 세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사실 전북이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중앙 수비수 1순위로 생각한건 홍정호가 아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멤버였던 황석호(29)였다. 전북은 황석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선수가 생각한 행선지는 'K리그'가 아닌 '해외'였다. 중국 톈진 테다를 떠나야 했던 황석호가 둥지를 튼 곳은 일본 J리그 시미즈 S-펄스였다.
황석호 영입이 물 건너간 전북은 12월 초부터 홍정호 영입전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홍정호를 데려오기 위해선 먼저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야 했다. 문제는 세 가지였다. 자유계약(FA) 신분인 중앙 수비수 임종은의 거취 여부에다 홍정호의 이적 형태와 연봉 조율이었다.
임종은은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최강희 전북 감독이 반드시 잡아달라고 요청한 자원이었다. 임종은이 전북 잔류를 바랐다면 홍정호가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었다. 이미 전북 중앙 수비진에는 '괴물 수비수' 김민재를 비롯해 이재성과 조성환 그리고 '제2의 김민재'로 평가받는 윤지혁(22)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원소속 구단인 전북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임종은은 결단을 내렸다. 전북 잔류 대신 울산 이적을 택했다. FA보상금 3억원까지 남기고 떠난 임종은 덕분에 전북은 홍정호 영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다음은 홍정호 이적의 위임을 받은 에이전트의 몫이었다. 장쑤와 계약기간이 2년6개월이나 남은 홍정호의 신분을 자유롭게 풀어야 했다. 협상은 쉽지 않았다. 장쑤가 높은 이적료를 바랐다. 2016년 여름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홍정호를 영입할 당시 50억원(추정치)의 이적료를 쏟아 부었기 때문에 1년이 지난 상황에서 아무리 슈퍼리그의 변화된 외국인 규정을 적용시킨다 해도 최소 20억원이 넘는 이적료를 원했다. 하지만 전북은 폭풍영입을 하던 지난 두 시즌과 달리 올 겨울 돈을 많이 쓸 수 없는 상황이라 홍정호의 몸값을 맞춰줄 수 없었다. 당시 "홍정호 입단을 제안받았지만 몸값이 부담스럽다"고 말한 백승권 전북 단장의 말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결국 줄다리기 협상 끝에 홍정호가 장쑤로부터 풀려났다. 장쑤는 어차피 홍정호를 데리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임대 이적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 점을 파고들어 홍정호 에이전트는 무상임대란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장쑤 입장도 무시할 수 없었다. 때문에 임대기간을 1년밖에 얻지 못했다.
다음은 높은 연봉 조율이었다. 홍정호 측은 최초 15억원(추정치)를 바랐다. 그러나 선수가 중국에서 성공한 뒤 K리그 유턴을 하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북도 높은 연봉을 챙겨줄 수 없었다. 결국 최 감독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최 감독은 항상 후배이자 아들 같은 선수 편에 서서 현역시절 한 푼이라도 더 받게 해주는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1월 초 최 감독은 홍정호를 비롯해 선수 부모님과 식사를 하면서 설득에 나섰다. 최 감독의 얘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은 홍정호도 전북에서 제시한 연봉과 옵션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일본 전훈 2주차부터 팀에 합류할 수 있게 됐다.
홍정호는 "전북이 K리그와 ACL 우승을 이룰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최 감독도 "홍정호는 좋은 기량을 가진 훌륭한 선수"라며 "전훈을 통해 팀에 완전히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