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의 창단 기념식 겸 신년식. 정재훈 신임 코치가 첫 인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가자 선수단 전체에서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이제 투수 정재훈이 아니라 정재훈 코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현역 은퇴를 선언한 정재훈은 2군 불펜코치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다.
'베어스맨'으로 지내온 15년의 세월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선수 생활 막바지에 유독 굴곡이 심했다. 줄곧 두산에서만 뛰다가 2014시즌 종료 후 FA(자유계약선수) 장원준의 보상 선수로 롯데 자이언츠에 이적했고, 1년만에 다시 두산에 돌아왔다. 이후 필승조로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팔뚝 골절 부상으로 2016년 8월 재활에 들어갔고, 이후 어깨 부상까지 겹치면서 1군 마운드에서 더이상 정재훈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제는 지도자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지만, 신임 정재훈 코치는 아직 얼떨떨한 모습이었다. 정 코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얼떨떨하고,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에 가서 선수들과 지내보고, 한 시즌이 다 흘러가야 조금 실감이 날 것 같다"며 웃었다.
마운드에 대한 미련을 떨치기 쉽지 않았으나 그가 곧바로 구단의 코치직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유니폼을 입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정재훈 코치는 "만약 곧바로 코치를 하지 않고 연수를 다녀온다거나 오래 생각했다면 다른 선택을 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니폼 때문에 코치를 택한 것 같다. 당장 현장을 떠나고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은퇴를 선언할 당시 우승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질문도 정말 많이 받았다. 정재훈 코치는 현역 시절 한국시리즈 준우승만 4번 경험했다. 보상선수로 롯데에 가있을 당시, 두산이 2015시즌 한국시리즈에서 14년만의 우승을 차지했고, 2016시즌에도 정재훈이 전반기 핵심 불펜 역할을 해줬으나 부상으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등록될 수 없었다. 비록 두산 후배들이 우승 직후 정재훈의 이름을 많이 언급하면서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을 진하게 남겼고, 구단도 정재훈에게 우승 반지를 만들어줬다.
정재훈 코치는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지만, 현장에 없었어도 우승 반지를 2개나 가지고 있다. 나중에 지도자로서 우승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것이 2배로 더 기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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