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가 없다.
세계 테니스계의 '떠오르는 별' 정 현(22·삼성증권 후원)의 파란은 계속됐다. 그랜드슬램 4강에 진출을 눈앞에 뒀다.
정 현은 24일(이하 한국시각) 호주 멜버른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호주오픈(총상금 5500만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미국·97위)을 세트스코어 2대0(6-4, 7-6<7-5>)으로 앞서 있다. 3세트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 현이 5-3으로 앞서있다.
정 현이 걷는 길이 곧 한국 남자 테니스의 새 역사다. 정 현은 지난 22일 전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14위)를 제압하고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대회 8강 위업을 달성했다. 이전까진 한국인 메이저 대회 최고 성적은 16강이었다. 정 현을 포함해 1981년 US오픈 여자단식 이덕희(65·은퇴)와 2000년과 2007년 US오픈 남자단식 이형택(42·은퇴)이 보유하고 있었다.
이날 정 현은 '테니스계의 전설' 로드 레이버 앞에서 대회 4강행 티켓을 따냈다. 1964년부터 1970년까지 7년간 세계 랭킹 1위를 지켰던 레이버는 세계 테니스 역사상 유일하게 캘린더 그랜드슬램(한 해 4대 그랜드슬램 동시 제패)을 두 차례나 달성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런 그가 1세트 중반 휴식 타임 때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코트 위에서 잠시 쉬던 선수들은 앉아서, 경기장에 들어찬 수많은 관중들은 레이버를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정 현이 경기하고 있는 코트도 전설으 이름을 딴 로드 레이버 아레나였다.
정 현은 '1세트 획득=100% 승리' 공식을 이어갔다. 1세트에서 두 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한 것이 상승세를 탈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첫 번째 서브율이 떨어진 샌드그렌의 두 번째 서브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격차를 벌렸다. 이어 포핸드 스트로크 대결에서도 샌드그렌은 잦은 범실이 나왔다. 정 현은 네빌 고드윈 코치의 전략대로 좌우로 흔드는 경기운영으로 샌드그렌을 많이 뛰게 만들었다. 이후 자신의 서브 게임을 잘 지켜 1세트를 따냈다.
정 현은 올 시즌 1세트 승리 시 100%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호주오픈 전까지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개 대회에 출전했다. 브리즈번 인터내셔널과 ASB클래식. 각각 16강과 8강까지 올랐던 정 현은 총 5경기 중 3경기에서 '1세트 획득=100% 승리' 공식을 이어갔다. 2014년 프로로 전향한 정 현은 ATP 투어와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1세트 획득시 47승8패를 기록 중이다.
호주오픈에서도 미샤 즈베레프(35위·독일)와의 1회전, 다닐 메드베데프(53위·러시아)와의 2회전, 노박 조코비치(14위·세르비아)와의 16강전에서도 1세트를 따내고 승리까지 챙겼다.
2세트에선 고전했다. 샌드그렌의 첫 번째 서브 포인트율이 높아졌다. 또 에이스도 5개나 잡아내면서 경기력이 살아나는 듯했다. 반면 정 현은 첫 번째 서브 확률이 떨어졌다. 더블 폴트를 3개나 범했다. 스트로크 대결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승부처는 4-5로 뒤진 상황에서 10번째 게임을 따낸 것이었다. 이후 정 현은 타이브레이크까지 승부를 끌고가 결국 7-5로 2세트를 챙겼다.
3세트에선 정 현이 압도적이었다. 1-1로 팽팽함이 이어지는 듯했지만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샌드그렌의 범실이 속출했다. 스트로크가 자주 아웃됐다. 정 현은 첫 번째 서브 부진을 두 번째 서브로 만회했다. 4-2로 앞선 상황에서 7번째 게임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 현은 한 게임을 내줬지만 마지막 자신의 게임을 잡아내며 4강 무대를 밟게 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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