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하고 있는 SK 와이번스 베테랑 투수 박희수가 불펜진에 큰 힘이 될까.
박희수는 최근 몇 년간 SK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2014년 중반에는 어깨 부상이 찾아왔다. 2014년 21경기, 2015년 14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러나 2016년 51경기에 등판해 4승5패, 26세이브, 평균자책점 3.29로 다시 부활했다. 2017시즌을 앞두고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WBC 때부터 구위가 썩 좋지 않았다. 결국 부진한 채 대회를 마쳤다. 시범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부진이 이어지면서 SK는 서진용을 마무리 투수로 낙점했다. 박희수는 후배 서진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격려도 잊지 않았다.
시즌 중반에는 다시 마무리 임무를 맡았다. 경험이 적은 서진용의 블론 세이브가 많아졌고, 팔꿈치 부종이 생겼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꺼내 든 마무리 카드는 박희수였다. 경험 면에서 앞섰다. 출발은 좋았지만, 마무리 투수로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허리 부상을 겪기도 했다. 힐만 감독은 '구위'가 아닌 '제구' 문제로 판단했다. 어쨌든 박희수는 지난해 48경기에서 2승6패, 9홀드, 8세이브, 평균자책점 6.63으로 부진했다. 스스로 "0점이었다. 개인적으로 최악에 가까운 시즌이었고,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시즌이었다"고 할 정도.
분명 하락세를 보인 시즌이었지만, SK는 박희수의 부활이 절실하다. SK 불펜진은 여전히 약하다. 시즌 내내 마무리 투수가 바뀌었다. 막판에는 박정배가 고군분투했으나, 관리를 해줘야 할 베테랑이다. 혼자 짊어지어야 할 짐이 너무 크다. 게다가 SK는 좌완 불펜이 부족하다. 신재웅, 박희수 정도를 제외하면 경험이 풍부한 왼손 투수가 거의 없다. 물론, 젊은 투수들의 성장세가 눈에 띄지만, 당장 1군에서 활약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일단 경험 있는 투수들이 제 페이스를 찾는 게 중요하다.
박희수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그는 "마무리 훈련 기간에 강화에서 몸을 잘 만들었다. 계획대로 꾸준히 운동했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줄이고, 운동에 시간을 투자했다. 박희수는 "사실 구속, 구위, 제구 등에서 2016시즌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느꼈다. 그런데 공의 궤도가 낮은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박희수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이제 팀에 보장된 내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올 시즌이 정말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준비하고 있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박희수가 부활한다면, SK 불펜진의 반등도 그만큼 빨라진다.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