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안방극장은 달달한 풋사랑을 담은 로맨틱 코미디물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최근에는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청춘 멜로보다 좀더 진하고 현실적인,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건 JTBC 금토극 '미스티'였다. '미스티'는 케빈 리(고준) 살인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 고혜란(김남주)과 그의 변호인이 된 남편 강태욱(지진희), 그들이 믿었던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격정 미스터리 멜로극이다. 이 작품은 3회차까지 19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을 만큼 수위가 높았지만, 김남주를 필두로 한 배우들의 열연과 흥미진진한 스토리 라인, 영화 같은 연출력이 삼박자를 맞추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일 3.473%(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작품은 방송 2회 만에 5.074%까지 시청률이 상승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방송분은 7.081%의 놀라운 기록을 냈다. 특히 고혜란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 각성한 서은주(전혜진)가 "그대로 갚아줄게"라고 선전포고하는 장면은 분당 9.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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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티'에 이어 지상파에서도 속속 어른 멜로가 선을 보인다.
SBS는 '키스 먼저 할까요?'를 준비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반짝반짝 빛나는' '애인 있어요' 등을 집필한 배유미 작가와 '세 번 결혼하는 여자' '그래, 그런 거야' 등을 연출한 손정현PD가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성숙한 사람들의 서툰 멜로를 담는다. 감우성 김선아 오지호 박시연 등 굵직한 배우들이 출연을 확정했으며 20일 오후 10시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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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3월 14일 새 수목극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를 내보낸다.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장녹수' '왕과 비' '명성황후' '궁중잔혹사-꽃들의 전쟁' 등을 집필한 정하연 작가와 '자체발광 오피스'를 연출한 정지인PD의 합작품으로, 한 부부가 죽음의 위기에 직면하며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 보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재확인하는 과정을 그린다. 2014년 '따뜻한 말 한마디' 이후 공백기를 가졌던 한혜진이 4년 만에 선택한 안방극장 복귀작인데다 윤상현이 연기 변신을 예고하며 기대를 받고 있다.
이처럼 안방극장은 김남주 김선아 한혜진 등 성숙미를 뽐내는 베테랑 배우들을 기용해 분위기 전환을 꾀하고 있다. 20대 초중반 여배우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로 판을 꾸렸던 지난 몇 년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이렇게 안방극장이 달라진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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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홍보사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로맨틱 코미디, 혹은 장르물 위주의 드라마가 우후죽순으로 선 보이다 보니 신선함이 많이 떨어졌다. 비슷비슷한 그림에 시청자도 싫증을 느끼기 시작한 터라 정통 멜로에 대한 소구가 높아진 것 같다. 이와 함께 여배우들의 타이밍도 잘 맞아떨어졌다. 20대 여배우 가뭄 현상이 계속되다 보니 흥행력과 연기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를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런데 3~40대 배우들 중에는 그런 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오히려 더 많다. 또 이들은 성숙미와 원숙미를 갖고 있기도 하다. 젊은 배우들보다 감수성을 표현하는 내공은 더 깊다는 얘기다. 시청자 트렌드와 여배우의 타이밍이 맞아 떨어져 정통 멜로가 나올 수 있게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른들의 정통 멜로, 그 자체로 갖는 파워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젊은 배우들이 보여주는데 한계가 있는 생활의 향기와 실제 결혼 생활에서 일어나는 권태와 사랑을 보다 현실적이고 힘 있게 그려내며 드라마 주 시청층인 2049 여성층의 공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스티' 제작사 관계자는 "사실 실제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애정신을 여성팬들도 좋아할 수 있도록 예쁘게 그릴 수 있을지, 부부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릴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다행히 그 부분에서 잘 표현이 된 것 같다. 아무래도 부부 간에 일어나는 에피소드와 인물 간의 감정 교류와 같은 부분에 많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다. 드라마의 주 시청층은 2049 여성층이지만, 의외로 남성 시청층도 많아 우리도 놀랐다. 그만큼 캐릭터와 드라마에 감정이입해 공감해주신다는 것이라 고무적이다"라고 전했다.
배우에게 있어서도 멜로는 놓치기 싫은 기회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남자 배우보다 여배우에게 나이의 장벽이 높은 게 사실이다. 남자 배우는 나이가 들어도 장르물 등으로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는데 반해 여배우는 외모나 연기력을 떠나 '엄마' 역을 강요받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세월이 지나며 표현할 수 있는 감성의 깊이가 깊어지는데 그것을 보여줄 기회를 박탈당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여배우들의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어른들의 정통 멜로가 만들어진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