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경기가 마지막에 있으니까요."
지난 4일 강릉에 입성한 후 훈련장에서 만날 때마다 '빙속철인' 이승훈(30·대한항공)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다.
평창올림픽 현장에서 그는 빙속의 시작과 끝을 모두 함께했다. 지난 4일, 가장 먼저 강릉에 입성한 이후 20일 가까이 '골든데이'를 기다렸다. 선수단 가운데 나홀로 4종목을 소화했다. 11일 가장 먼저 5000m 레이스를 시작했다. 호기록으로 5위에 올랐다. " 대회 마지막에 중요한 경기(매스스타트, 팀추월)들이 있다. 좋은 훈련이 됐다"고 했다. 15일 1만m 에서 호기록으로 4위에 오르며 아깝게 메달을 놓쳤다. 7년만의 자신의 한국최고기록을 경신하고도 메달을 따지 못한 안타까움에 "잠을 못이룰 것같다"고 했었다. 진한 아쉬움을 털어내며 "더 중요한 종목들이 남았으니까…. 그 종목에서 메달을 따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팀추월, 매스스타트를 위한 좋은 훈련"이라고 했었다. 21일 띠동갑 후배들과 함께 팀추월에서 값진 은메달, 최다 메달 기록을 세웠다. "달릴수록 몸이 쌩쌩해진다"며 웃었다. 400m 트랙 8바퀴를 도는 팀추월 예선, 준결선,결선까지 9600m를 더해 2만4600m를 달리며 '왜 이승훈인가'를 보여줬다.
24일, 마지막 매스스타트, 이승훈은 눈부신 금메달로 평창의 약속을 지켰다. 이날 400m 16바퀴를 도는 매스스타트 준결선, 결선 레이스를 합쳐 평창올림픽 공식 경기에서만 3만74000m를 뛰었다. 마지막 400m 폭풍 스퍼트, 지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무시무시한 괴력 뒷심을 보여줬다.
지난 4년간 준비한 자신의 모든 것을 지난 20일간 보여준 철인이 마지막 남은 힘을 자신의 주종목 매스스타트에 아낌없이 쏟아낸 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활짝 웃었다. 평창에서 첫 올림픽 공식 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첫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만m, 유럽이 독식해온 장거리 빙속 종목에서 최초의 동양인 올림픽 챔피언이 된 이후 8년만에 다시 짜릿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의 올림픽에서 서로 다른 4개의 종목에서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3연속 올림픽' 메달을 기록했다. 5000m, 1만m, 팀추월, 매스스타트 무려 4종목에서 메달을 따냈다. 첫 밴쿠버올림픽에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은 2014년 소치올림픽 '팀추월'에서 후배 주형준, 김철민과 함께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8년 평창올림픽에서는 띠동갑 후배 김민석, 정재원과 함께 팀추월 2연속 은메달을 따냈다. 그리고 24일, 스피드스케이팅 최종일, 자신의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기어이 꿈을 이뤘다. 소치올림픽 여자 500m 2연패를 이룬 이상화와 나란히 금메달 2개를 기록하게 됐고, 5개의 메달을 보유하며 팀추월 때 세운 '최다 메달 기록'도 경신했다.
3번의 올림픽에 나서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단 한번도 없다. 혼자도 강했고, 팀플레이어로서도 강했다. 정상은 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어렵다. 지난 8년간 그는 쉼없이 도전했고, 끊임없이 성장했으며, 한결같이 정상을 지켰다.
롱런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비결은 없다. 훈련뿐이다. 어린선수보다 앞장서려 노력했다. 조금이라도 더하려고 노력했다. 그 과정이 저를 만들어줬다"고 답했다. 4년 후 베이징올림픽을 이야기했다.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앞서지 못한다면 베이징에 가지 않겠다. 베이징까지 가장 앞에서 달리는 선수가 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 1년간 몇일을 쉬었느냐는 질문에 "나이를 먹으면서 일요일은 쉰다. 어렸을 때는 일요일도 안쉬었다"며 웃었다. "매스스타트에서 오늘 이순간을 꿈꾸며 훈련했다 그래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강릉=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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