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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도 박수받은 전남, 유상철 매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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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졌는데 욕 안먹고 박수를 다 받아보네요."

11일 포항과의 홈개막전을 마친 전남 관계자는 활짝 웃었다. 전남은 포항에 2대3으로 패했다. 수원과의 개막전에서 2대1 승리하며 기세를 한껏 올렸기에 아쉬운 패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경기를 지켜본 관중들과, 팬들은 전남에 박수를 보냈다. 확 달라진 전남에 대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한 팬은 이런 댓글을 남겼다. '유상철 감독이 2달 동안 무슨 일을 한거야?'

사실 올 시즌을 앞두고 전남에 기대를 거는 이는 거의 없었다. 전남은 지난 시즌 최악의 모습을 보였다. 막판 14경기 무승의 수렁에서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아쉬운 경기력에도 가까스로 잔류에 성공했다. 잔류 '당했다'는 표현이 더 맞았다. 패배주의가 전남을 감쌌다. 전력보강도 눈에 띄게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완델손, 마쎄도, 하태균 박준태 가솔현 등을 더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자일, 페체신, 현영민 등 핵심 자원이 이적과 은퇴로 팀을 떠났다.

이 분위기를 바꾼 것이 유상철 감독이었다. 올 겨울 노상래 감독을 대신해 지휘봉을 잡은 유 감독은 기본부터 다시 시작했다. 전남 구단 최초로 피지컬 코치를 영입해 체력을 강하게 키웠다. 훈련도 패스 훈련부터 다시 시작했다. 침체돼 있는 분위기에서 무리하게 색깔을 넣는 것보다 원점에서 출발하는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스타가 없는 전남이 팀으로 힘을 내기 위해서는 체력이 필수였다. 체력훈련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전남 선수들은 "프로 데뷔 후 이 정도로 훈련을 한 것은 처음"이라고 했을 정도.

혹독한 체력훈련 후에는 선수들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울산대에서 젊은 선수들과 3년간 지냈던 유 감독은 형님 리더십으로 무거웠던 선수단 분위기를 바꿨다. 유 감독이 야심차게 영입한 젊은 코칭스태프도 선수들과 함께 뛰며 어울렸다. 어느정도 분위기를 찾자, 유 감독식 축구색깔을 넣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유 감독은 무의미한 점유율 축구 대신 빠르게 전진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수비시에는 조직적인 압박을 강조한다. 가장 트렌디한 축구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서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선수들도 반신반의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을 독려했다. 안되는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개인지도를 통해서 될때까지 반복했다. 조금씩 변화되는 모습에 선수들도 조금씩 자신감을 찾았다. 중국 전지훈련 중 베이징 궈안과의 연습경기는 모멘텀이 됐다. 전남은 내용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3대2 승리를 거뒀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선수들은 유상철식 개혁에 대한 믿음을 갖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하는 축구에 대한, 이를 잘 소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더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만난 유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10경기만의 수원전 승리로 이어졌다. 비록 포항전에서 연승에 실패했지만 유상철의 축구가, 전남의 축구가 어떤 축구인지 명확히 보여줬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페널티킥 실축 후 곧바로 실점하고,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쐐기골까지 내주며 1-3으로 끌려가고 있던 상황. 전남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골을 위해 맹렬히 뛰었다. 결국 한골을 만회했고, 종료 직전까지 포항을 괴롭혔다. 지난 시즌과 가장 달라진 부분이었다.

물론 이제 두 경기 치렀을 뿐이다. 아직 시즌은 길다. 하지만 이 두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만으로도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다. 유 감독이 만든 전남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