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 LG 트윈스 천적으로 등극할 태세다. 올시즌 LG전에 세 차례 선발등판해 3전승. 샘슨은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선발등판해 7이닝 3안타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볼넷이 3개 있었지만 위기마다 삼진을 곁들였다. 이날 한화는 샘슨의 호투속에 5대1로 이겼다.
샘슨의 구위는 대단했다. 최고 시속 152km 강속구에 너클 커브까지. LG 타자들은 샘슨을 상대로 7회까지 3루 조차 밟지 못했다.
경기 전 류중일 LG 감독은 샘슨에 대해 "공만 빠르고 제구가 좋지 않다고 하더니, 한국에 와서 금방 제구가 잡혔다. 공이 좋긴 좋더라"며 경계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채은성까지 합류해 베스트 라인업으로 맞섰지만, 샘슨 앞에선 무기력했다.
전날까지 LG 타선은 리그에서 가장 뜨거웠다. LG는 최근 7경기에 팀 타율이 무려 3할4푼9리(전체 1위)였고, 7홈런, 57타점(전체 1위)을 기록했다. 불타는 LG 타선이었지만 샘슨의 강력한 구위 앞에 차갑게 식었다. 이날 5승째(5패)를 안은 샘슨은 "팀이 이기는데만 집중한다. 7회, 8회까지 던지며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해 줄 수 있으면 된다. 삼진 욕심보다는 맞춰서 잡는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한국 타자들은 힘과 컨택트 능력이 모두 좋다. 한국에서 점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샘슨의 장점은 단점을 빨리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이다. 체인지업 구사, 스트라이드 조정, 경기운영까지 모든 틀을 바꿨다. 4월에 고전했고, 5월부터 계속 좋은 흐름이다.
또 하나 눈여겨 봐야할 부분은 샘슨이 LG를 상대하면서 점점 더 완벽해 진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일 LG전에서는 6이닝 6안타(1홈런) 6탈삼진 3실점으로 선발승을 따냈다. 지난 5월 19일에는 6이닝 4안타 3탈삼진 1실점. 세번째 만남에선 기어이 무실점까지 기록했다.
LG로선 샘슨과의 악연을 끊는 일이 시급해졌다. 한화와 LG는 현재로선 가을야구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꽤 있다. 포스트시즌은 페넌트레이스와는 분명 다른 분위기지만 만약 LG를 만난다면 샘슨은 상대적으로 자신감을 가질 수도 있다.
잠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