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날 밤에 벌어진 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야말로 '대참사'였다. 위기는 갑작스럽게 찾아왔다가 급격히 확대됐고, 순식간에 폭발해버렸다. 한 두 명의 문제가 아니었다. 선발투수부터 필승조, 그리고 마무리 투수까지. 이렇게 연이어 투수진이 경기 후반 붕괴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넥센 히어로즈는 시즌에 한 두 번 나올까 말까 한 대역전패를 당했다.
이날 넥센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7회까지 10-7로 앞서고 있었다. 그런데 8회초 대참사가 일어났다. 결론부터 말하면, KIA는 8회초 공격 때 대거 8점을 뽑아내며 결국 14대10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넥센 필승조 오주원과 마무리 김상수가 마운드에 올랐으나 허망하게 8점이나 허용했다. 이날 패배로 넥센은 5할 승률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 뿐만 아니라 5위 자리도 내주고 말았다. 여러 모로 뼈아픈 패배가 아닐 수 없다.
이날 대역전패를 당한 뒤 넥센 장정석 감독은 오랫동안 감독실을 떠나지 못했다. 치솟아 오르는 화를 누른 채 경기를 복기하고 또 복기했다. 아무리 승패가 병가지상사라지만, 특별히 더 아픈 패배가 있는 법이다. 24일 KIA전이 바로 그랬다. 하루가 지난 뒤 통화가 된 장 감독은 "아쉽지 않은 패배가 없지만, 어제 패배는 너무 속상했다. (스스로에 대해)너무 화가 났다"고 밝혔다.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 장 감독은 "복합적인 문제가 있었다.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꼬인 경기였다"면서 "선발 브리검도 그 정도 실점을 할 선수가 아닌데 유난히 많이 맞았고, 불펜 투수들도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벌어진 경기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런 식의 역전패는 대개 팀에 적지 않은 데미지를 남길 수 있다. 결국 이 패배에서 파생된 충격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새로운 숙제로 남았다. 장 감독은 "분명 우리에게도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비록 갑자기 무너지긴 했지만, 우리 불펜 투수들은 지금까지 열심히 잘 던져줬다"면서 "특별히 몸 상태나 구위에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 그래서 불펜 조정 계획은 일단 없다. 선수들과 함께 이 충격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올 시즌 넥센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위기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그런 위기를 겪고 난 뒤에는 항상 더 굳건한 모습으로 일어서곤 했다. 그런 넥센이 '불펜 대참사'의 충격파도 잘 이겨낼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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