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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끈적한 이란, 마지막까지 B조 판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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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B조의 판도는 이랬다. '절대 2강' 스페인, 포르투갈, '복병' 모로코.

이란은 안중에도 없었다.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불렸지만, 너무 강한 조에 속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4년 전 브라질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역시 만만치 않았던 조에 속하며 아쉽게 탈락했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달랐다. B조의 키를 쥔 것은 다름 아닌 이란이었다. 첫번째 경기부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란은 16일(이하 한국시각) 모로코와의 1차전에서 1대0 승리를 거뒀다. 모로코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이번 대회에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전력으로 평가받았던 팀이다. 이란은 '늪축구'라 불린 극강의 수비축구로 모로코를 잡았다. 21일 열린 2차전에서는 스페인에 아쉽게 0대1로 패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걷어내려던 볼이 스페인의 공격수 디에고 코스타에 무릎에 맞고 실점했다. 골도 터뜨렸지만 VAR(비디오판독)로 무산됐다. 하지만 이란식 질식수비와 빠른 역습은 분명 인상적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란의 선전 속 스페인과 포르투갈 모두 최종전까지 16강행을 확정짓지 못했다. 최종전에서도 이란은 B조 판도를 뒤흔들었다.

이란은 26일 오전 3시 사란스크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포르투갈과, 같은 시각 스페인과 모로코는 칼리닌그라드 칼리닌그라드스타디움에서 충돌했다. 모로코가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14분 부타이브가 스페인의 실수를 틈타 득점에 성공했다. 이대로라면 이란이 승리할 경우, 16강도 가능했다. 이란은 특유의 수비축구로 포르투갈의 공격을 봉쇄했다. 호날두도 훌륭히 막았다. 전반 19분 스페인 이스코가 동점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설상가상으로 전반 45분 포르투갈의 콰레스마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이란은 두 골 이상이 필요했다.

이란은 후반 들어 공격적으로 나섰다. 스페인전에서 위력을 발휘한 역습 축구가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통했다. 운도 따랐다. 후반 6분 VAR로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호날두의 킥을 골키퍼가 막아냈다. 후반 36분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모로코의 엔네시리가 골을 넣었다. 이란이 역전만 하면 됐다. 후반 45분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VAR이 도왔다. 상대의 핸드볼로 페널티킥을 얻었다. 안사리파드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한골만 더 넣으면 됐다. 하지만 후반 추가시간 스페인의 아스파스가 동점골을 넣었다. 결국 이란-포르투갈은 1대1, 스페인-모로코는 2대2로 마무리됐다. 스페인(승점 5·골득실 +1·다득점 6골)이 포르투갈(승점 5·골득실 +1·다득점 5골)을 다득점에서 앞서 조 1위가 됐다. 이란은 승점 4점으로 아쉽게 탈락했다.

한편, A조에서는 우루과이가 조 1위, 러시아가 조 2위를 확정지었다. 우루과이는 25일 러시아 사마라 아레나에서 열린 러시아와의 A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3승을 거둔 우루과이는 조 1위, 2승1패가 된 러시아가 조 2위로 16강에 오르게 됐다. 같은 시각 사우디는 러시아 볼고그라드의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이집트에 2대1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우디는 24년만에 월드컵 승리에 성공하며 조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월드컵 사상 첫 승을 노렸던 이집트는 3패에 머물렀다.

이로써 우루과이와 포르투갈, 스페인과 러시아가 16강에서 만나게 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