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가 전반기 각종 난관 속에서도 꿋꿋이 버틸 수 있던 가장 큰 힘, 역시 선발진의 건실함에서 출발했다.
그 속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게 바로 우완 사이드암 한현희였다. 한현희는 최원태, 제이크 브리검에 이어 팀의 3선발로서 든든한 활약을 펼쳤다. 빠짐없이 18번 선발 로테이션을 채우며 규정 이닝을 달성했고, 8승5패에 평균자책점 4.35를 찍었다. 이 정도면 3선발로서는 부족함이 없는 성적이다. 이런 페이스가 후반기에도 계속 유지된다면 2015년에 기록한 개인 최다승(11승)을 뛰어넘는 건 시간 문제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후반기가 되자 상황이 급변했다. 수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상'하다기 보다는 이제는 한현희의 페이스에 위험한 적신호가 켜진 듯 하다. 후반기 들어 세 번 등판했는데, 번번히 대량 실점을 한 채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7월 20일 창원 NC전에서 5⅓이닝 8안타 6실점하더니, 26일에는 고척 KT전에서 6이닝 동안 역시 8안타(2홈런)로 7실점(5자책)했다. 그리고 1일 인천 SK전에서는 최악이었다. 채 4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3⅔이닝 만에 무려 12안타(3홈런)으로 8실점했다.
결과적으로 후반기 세 차례 선발 등판에서 한현희가 남긴 건 2패 그리고 11.40의 처참한 평균자책점이다. 비록 세 경기 뿐이지만, 전반기 때와는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단 너무 쉽게 장타를 허용하고 있다. 전반기에 한현희가 기록한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은 각각 0.293/0.457 이었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이 수치가 무려 0.378/0.622로 치솟는다. 이런 기록 지표가 확 뛰어올랐다는 건 타자들이 한현희의 공을 조금도 어려워하지 않고 마치 배팅볼처럼 쳤다는 의미다.
아이러니컬 한 부분은 한현희의 구종별 구속은 전혀 줄어들거나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최근의 부진이 스태미너 저하의 문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1일 SK전 같은 경우 직구/슬라이더/체인지업의 평균 구속은 각각 145.1㎞/134.2㎞/134.0㎞ 였다. 야구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한현희의 시즌 평균 구종별 구속은 각각 143.4㎞/131.1㎞/131.5㎞로 나온다. 결국 한현희가 힘이 떨어진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일단은 투구 밸런스나 집중력을 떠올릴 수 있다. 몸상태가 좋더라도 투구할 때 밸런스가 흐트러졌다면 제구가 나빠질 수 있다. 이점을 체크하고 고칠 필요가 있다. 물론 한현희도 좀 더 경기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또 포수의 볼배합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한현희는 노림수에 계속 당하고 있다. 투구 패턴이나 스타일이 노출된 듯 하다. 이 부분에 대한 변화도 요구된다. 한현희가 되살아나지 못한다면 넥센의 가을행도 불가능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현희를 다시 정상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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