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초반 넥센 히어로즈 김상수에게 붙어있던 칭호는 '미스터 제로'였다.
팀의 필승 계투 보직을 맡았던 김상수는 개막 이후 무려 19경기에 나와 19이닝 동안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14홀드를 따냈다. 시즌 홀드 부문에서 초반부터 독주 체제를 구축하는 듯 했다. 연속 무실점에 홀드 1위, 김상수는 5월 중순까지는 리그 최강의 필승조였다.
하지만 김상수의 홀드 쌓기는 여기서 중단됐다. 일단 5월20일 고척 삼성전에서 ⅔이닝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면서 무실점 행진이 먼저 깨졌다. 그 이후에는 팀의 사정이 급변하면서 더 이상 필승조에 머물 수 없었다. 기존 마무리 투수였던 조상우가 성폭행 혐의 사건에 휘말리며 팀에서 이탈한 탓. 사라진 상황에서 장정석 감독은 김상수를 새 마무리로 낙점했다. 팀내 불펜 투수 중 가장 뛰어난 구위와 경기 운영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보직 변경의 여파는 적지 않았다. 아무리 김상수가 지난해 마무리 경험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시즌 중에 갑작스럽게 보직이 바뀌면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자의가 아닌 팀 상황 때문에 생긴 일이라면 더욱 그렇다. 팀내 투수조 중 최고참인 김상수는 의연하게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그러나 막상 마무리로 마운드에 올라서는 중간계투로 '미스터 제로'의 명성을 날릴 때 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세이브 숫자는 늘어났지만, 동시에 평균자책점도 치솟았고 블론 세이브도 불어났다.
이렇게 '미스터 제로'에서 불안한 마무리의 대명사가 됐던 김상수가 살아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인천 SK전에서 4-3의 빡빡한 리드 상황에 9회 등판해 1볼넷 무실점으로 잘 막아내며 시즌 11세이브 째를 챙겼다. 벌써 2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다. 그런 뒤에 김상수는 "그 동안 감독님과 코칭스태프, 팀 동료, 팬 여러분 모두에게 미안했다"면서 기쁨의 소감을 사과로 대신했다. 그간 김상수가 얼마나 큰 부담감을 가슴에 품고 던졌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김상수는 "팀에 보탬이 되기 위해 준비하고 노력 중이다"라면서 더 이상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확실히 최근의 구위나 마운드에서 자신감으로 보면 시즌 초반 '미스터 제로'를 다시 보는 듯 하다. 이렇게 김상수가 단단한 마무리로 뒤를 받쳐준다면 넥센도 반등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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