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저희 막 써주세요. 많이 던질 수 있습니다."
불안하기만 하던 넥센 히어로즈 불펜이 최근 들어 몰라보게 안정화됐다. 전체 시즌으로 따져보면 불펜 평균자책점은 여전히 리그 9위(5.37)로 안 좋다. 하지만 최근 5경기에서는 평균자책점 2.70에 2승 3홀드 3세이브로 완전히 다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넥센이 거둔 3승에 크나큰 힘을 보태줬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넥센 불펜이 최근 들어 급격히 탄탄해 진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넥센 장정석 감독은 5일 수원 KT전을 앞두고 그 원동력을 '선수들의 자발적인 결의'라고 밝히며 최근 있었던 훈훈한 일화 한 가지를 들려줬다.
장 감독은 "확실히 요즘에는 우리 불펜 투수들이 믿음직하게 던져주고 있다. 해줘야 할 선수들이 자기 몫을 해낸다. 그래서 나 역시 믿고 투수들을 내보내고 있다. 이 모든 게 선수들 스스로 강한 마음을 먹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그런 계기가 있었다. 한 열흘 쯤 전이었을까. 불펜조 대표로 오주원(33)이 수석 코치를 통해 면담을 요청해왔다. 만나보니 대뜸 '감독님, 이제부터는 저희를 막 써주세요. 얼마든지 던질 수 있습니다'라고 하더라. 감독 입장에서 그렇게 말해주는 게 정말로 고맙고 감격스러웠다"고 밝혔다.
현재 넥센 투수진 가운데 최고참인 오주원이 대표 자격으로 감독에게 불펜진의 결의를 전한 것이다. 넥센은 후반기 들어 선수들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순위 싸움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불펜의 난조라고 지적할 수 있다. 결국 한때 5위 자리를 놓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불펜 투수들이 자발적으로 책임감을 느끼며 전의를 새롭게 다진 것이다.
장 감독은 "오주원의 말을 듣고 느낀 바가 컸다. 전반기 내내 불펜진을 관리해가며 순위 싸움을 해왔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은 힘을 써야 할 때 쓰지 못한 적도 없지 않았다. 내가 먼저 결단을 내렸어야 했는데, 선수들이 이렇게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니 더욱 고맙고, 믿음이 생겼다"면서 "앞으로도 무리하게 연투를 시키지는 않겠지만, 이기는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투수들을 믿고 맡기겠다"고 밝혔다. 승리에 대한 의지로 똘똘 뭉친 넥센 불펜과 장 감독이 앞으로 어떤 하모니를 이뤄낼 지 주목된다.
수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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