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밝힌 신임 감독의 조건은 '월드컵 격에 맞는 수준'과 '능동적인 축구', 두가지였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격에 맞는 감독을 찾겠다"고 했다. 구체적인 조건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월드컵 예선 통과 경험이나 대륙컵 우승 경험이 있는 감독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리그에서 우승 경험도 필요하다"고 했다.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감독을 찾겠다는 의미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49·포르투갈)은 이에 딱 맞는 감독이다.
벤투 감독은 클럽과 대표팀에서 모두 성과를 거뒀다.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FA컵, 슈퍼컵 등을 거머쥐었고, 올림피아코스에서는 막판 경질되기는 했지만 팀을 줄곧 선두로 이끌었다. 올림피아코스는 결국 우승을 차지했다. 포르투갈 대표팀에서는 유로2012와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모두 경험했다. 예선을 통해 본선으로 이끈 바 었고, 유로2012에서는 4강까지 올랐다. 경험도 풍부하다. 유럽은 물론, 남미와 아시아까지 경험했다. 긴 기간은 아니지만, 브라질의 크루제이루와 중국의 충칭 리판에서 다양한 축구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쌓은 노하우를 통해 결과를 얻는 방법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있다.
'능동적인 축구'는 한국축구의 새로운 비전이었다. 김 위원장이 밝힌 '능동적인 축구'는 '지속적인 전진 패스, 상대보다 빠른 패스를 바탕으로 상대보다 미리, 더 많이 움직이는 축구'를 의미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여러 조건들이 있다. 벤투 감독의 무기는 '조직력'이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의 화신이었던 벤투 감독은 조직력을 최우선 철학으로 삼는다. 열심히 뛰고, 많이 뛰는 선수들을 중용한다. 팀 분위기를 해치는 선수들은 가차없이 제외한다. 유로2012 당시 베테랑을 제외하고 젊은 피를 내세워 성공을 거둔 것이 대표적이다. 벤투 감독은 최근 분열된 대표팀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이다. 전술적으로도 이번 러시아월드컵에서 자리잡은 '선 수비 후 역습'에 능하다. 4-3-3 포메이션을 주로 쓰는 벤투 감독은 중앙 쪽에 투쟁심과 기동력이 좋은 미드필더를 배치해 허리싸움에서 앞선 뒤, 빠른 역습에 나서는 것을 선호한다.
선수 육성 및 발굴 능력도 빼놓을 수 없다. 벤투 감독은 스포르팅 리스본 시절 나니, 주앙 무티뉴, 미구엘 벨로소 등을 발굴, 육성했다. 대표팀에서도 그간 중용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새롭게 바꿨다. 인재풀이 작은 한국축구에서 벤투 감독의 안목은 '제2의 박지성'을 탄생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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