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전설적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선 선수 겸 감독을 맡아 주인공 팀과 맞서는 꽃미남 캐릭터가 등장한다. 벤치에서 선수들을 지휘하다 직접 코트로 나서는 그의 모습은 농구 팬들에게 환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과연 현실에서도 장밋빛 풍경이 펼쳐질까. 일본에선 실제로 '선수 겸 사장'이 코트를 누비고 있다. 일본 B1(1부리그) 동부리그 소속의 레방카 홋카이도 유니폼을 입고 있는 오리모 다케히코(48·1m90)가 주인공이다. 오리모는 최근 일본의 한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선수 겸 사장이 된 경위를 밝혔다고 스포츠닛폰이 3일 전했다.
오리모는 일본 농구를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B리그 최고령 선수 타이틀을 갖고 있고, 통산 최다득점(9829점) 기록도 갖고 있다. 1993년 도요타자동차에서 데뷔한 이래 2007년 레라 홋카이도(레방카의 전신)로 이적하는 등 올해까지 25년 간 코트에 나서고 있다.
오리모가 '선수 겸 사장'이 된 것은 7년 전인 2011년. 레라 홋카이도가 경영 악화로 JBL(B리그 전신)에서 퇴출 당했고, 팀 해체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몰렸다. 당시 주장이었던 오리모는 스스로 '주식회사 홋카이도 농구 클럽'이라는 운영회사를 만들어 선수단을 인수했다.
의욕적으로 시작한 이중생활, 난관의 연속이었다. 훈련과 경영을 반복하는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펴질 않았다. 한 시즌을 마치면 우수한 선수를 다른 구단에 헐값에 내주는 '셀링 클럽'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운영 자금 마련을 위해 메인스폰서사 대표에게 2억4000만엔(약 24억원)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레방카는 어려움 속에서도 재정 건전성 확보라는 B리그 참가 규정을 지키면서 지난 2016년부터 B1 동부지구에서 활약 중이다.
오리모는 "사실 빚을 지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것은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며 "주변에서 '네가 나서야 한다'는 듯한 분위기에 떠밀린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수 생활만 했기에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며 "운영 자금이 모이지 않는 와중에도 훈련은 계속 해야 했다. 스트레스성 두드러기가 날 때도 있었다. (지금도) 빚 자체가 올가미와 같다"고 털어놓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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