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히 돌아오겠다'던 약속은 지켜졌다. 아시안게임 휴식기는 결과적으로 넥센 히어로즈에게 다시 '필승 클로저'를 되돌려준 시간이었다. 김상수가 햄스트링 부상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도 건재함을 입증한 만큼 남은 페넌트레이스 막판에 팀에 큰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에 대한 기대감마저 키우고 있다. 여러모로 팀에는 매우 긍정적 효과가 발생했다.
김상수가 불의의 부상을 당한 건 지난 8월 8일 고척 KIA 타이거즈전. 당시 6-6으로 맞선 9회초에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는 첫 상대인 KIA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를 상대하다 볼카운트 3B2S에서 6구째를 던진 뒤 갑자기 오른쪽 무릎 부위를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투구 동작 이후 오른 발을 짚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극심한 통증을 느낀 듯 했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은 김상수는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일어서지 못했다.
결과는 햄스트링 부상. 결국 넥센은 김상수 없이 임시 마무리 체제로 힘겹게 경기를 이어갔다. 그나마 믿을 건 아시안게임 휴식기였다. 8월16일부터 9월3일까지 19일간 리그가 일시중단되면서 김상수가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하지만 햄스트링 부상이 워낙 미묘한 것이라 이 기간 내에 회복이 될 수 있을 지 장담키 어려웠다. 김상수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천만다행으로 주어진 시간 안에 몸상태를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다. 불운만 겹치는 듯 했던 올해 넥센이 경험한 몇 안되는 행운 중 하나다. 김상수는 8월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퓨처스리그 서머리그에 시험 등판해 1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정상 출격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실전에서 건재함을 제대로 입증했다. 지난 4일 인천 SK 와이번스전 때 5-3이던 8회말 2사 3루의 위기 상황에 등판해 김성현을 초구에 2루 땅볼로 잡고 위기를 넘겼다. 이어 7-3으로 스코어가 벌어진 9회말에도 나와 11구만에 세 타자를 셧아웃, 세이브를 달성했다. 지난 8월4일 수원 KT전 이후 정확히 한 달만의 세이브 추가였다.
이 세이브에 담긴 의미는 크다. 시즌 막판 무서운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넥센이 더욱 안정적으로 리그 순위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 4일 기준, 단독 4위인 넥센은 이제 사실상 5위 싸움은 졸업했다고 볼 수 있다. 5위 LG트윈스에 4.5경기로 앞서 있기 때문에 더 위를 바라보는 입장이다. 3위 한화 이글스와는 3경기, 2위 SK와는 3.5경기 차이다. 25경기가 남아있어 도전해볼 만한 차이다. 김상수가 뒤를 받치고 있기에 꿈꿔볼 수 있는 도약이다. 확실한 클로저가 미치는 영향력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