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감독의 돌연 사퇴로 내홍을 겪고 있는 수원 삼성이 스폰서 계약에서도 진통을 겪고 있다.
수원 구단은 지난해 고정 스폰서였던 아디다스와 결별한 뒤 국내 브랜드 자이크로와 용품 후원 계약을 했다.
당시 수원은 토종 브랜드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당시 수원 구단은 "모두가 K리그가 위기라고 하는 시기에 오히려 그 속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새로운 기회로 본 자이크로의 기업가 정신은 늘 변화하고 도전하는 우리 수원삼성의 이념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구단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준 자이크로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단순한 용품 후원 계약을 넘어 수원삼성-자이크로 양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파찰음이 드러나면서 선수단 지원에 차질을 빚고 있어 구단의 경영 능력에 의문부호를 남기고 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됐나
수원 구단은 지난해 12월 8일 자이크로와 공식 용품 후원 계약을 발표하면서 2년간 '용품+현금' 총액 30억원이라고 밝혔다. K리그 사상 최고 금액의 초대형 계약이라는 게 수원 구단의 설명이었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연간 '용품 12억원+현금 후원 3억원'이었다. 현금 후원은 5월말과 12월말 2차례에 걸쳐 1억5000만원씩 수원 구단에 입금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이크로가 예상과 달리 재정난을 겪으면서 5월말 1차 지급하기로 했던 후원금 1억5000만원을 입금하지 못했다. 이에 수원 구단은 계약조건 불이행을 이유로 내용증명을 자이크로측에 최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용증명은 법적인 절차에 착수하기 전 단계로 약속했던 후원금에 차질을 빚으면서 구단과 자이크로의 분쟁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당시 이 계약을 지휘했던 박창수 단장은 "신생기업 자이크로에 부정적인 영향이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대한 원만하게 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시 마케팅 팀장으로 자이크로와의 후원 계약 실무를 맡았던 박평식 수원 구단 운영팀장은 "수원 구단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압박을 하겠다는 게 아니라 계약 불이행을 주지시켜준 것이다. 자이크로의 자금 사정을 감안해 올해 말까지 추이를 지켜 볼 예정"라고 설명했다. 자이크로의 최창영 대표이사는 "투자받을 계획이 여의치 않아 본의 아니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어떻게 해서든 올해 안에 약속한 3억원을 정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팬 서비스용 유니폼도 없다?
보통 프로구단에서 메인 스폰서 계약은 가장 큰 한해 농사에 해당한다. 수원은 현금 후원 차질을 떠나 알려지지 않은 더 큰 고충이 있었다. 선수단 유니폼 등 용품 지원에 적잖은 차질을 겪어 왔다. 자이크로의 제품 품질이 기존 브랜드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납품 기일도 맞지 않았다. 최 대표가 언급한 시행착오가 여기에 해당한다. K리그2 안양FC, K3리그 청주시티를 후원하는 자이크로는 수원 삼성같은 '대어'와는 첫 거래였다. 이 과정에서 품질 검사를 꼼꼼하게 챙기자니 납품기일을 맞추지 못했고, 납품기일을 맞추려 하니 품질을 충족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봄철 시즌을 맞아 3월에 공급돼야 할 '레인자켓'이 5월이 돼서야 공급됐다. 지난 겨울 제주 동계훈련 시기에는 용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선수단이 몰래 기존 아디다스를 입고 훈련했던 해프닝도 있었다. 현재 수원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세리머니처럼 했던 '유니폼 벗어 던져주기'를 꺼리고 있다. 선수들의 팬 서비스 정신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말못할 속사정때문이다. 이밖에 사이즈가 줄어들고, 염색 물이 빠지는 등 품질 문제 때문에 선수단은 고충을 겪어왔다. 자이크로 측은 "올해 시행착오를 겪은 만큼 2019년 후원 계약을 차질없이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로 웃지 못한 후원 계약
자이크로의 고충도 적지 않았다. 당초 수원 삼성의 지명도를 보고 파격적인 후원을 했지만 예상했던 것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대개 용품 스폰서는 구단 지원을 통해 MD 상품과 구단 산하 키즈클럽을 대상으로 한 단체 매출 효과를 기대한다. 하지만 수원 구단의 키즈클럽은 독립기관이어서 자이크로 용품 판매가 원활하지 못했고, MD 상품의 판매 실적도 기대보다 크게 저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이크로는 메인 후원에 따른 후광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수원 구단도 현금 후원에 치중한 나머지 길게 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수원 박평식 팀장은 "K리그 시장이 너무 위축된 바람에 다른 유명 브랜드의 현물 후원이 전혀 없었다. 그나마 자이크로가 좋은 조건을 제시했고 토종기업 육성 차원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품 업계과 다른 구단들은 "명색이 전통의 명가라는 수원 구단이 명성에 맞게 스폰서를 구했는지 의문이다. 협상 능력의 문제이지 상대적으로 나은 브랜드의 현물 후원은 구할 수 있었다"면서 "비용 절감을 중시하는 제일기획 방침상 현금 후원이란 파격적인 조건에 치중하는 바람에 선수단의 경기력 지원에는 마이너스가 된 셈이다"라고 꼬집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