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시원한 만루 홈런이 터졌다. 답답했던 타선에 희망을 봤다.
SK 와이번스는 9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14대2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8일) 완패했던 SK는 이날 승리로 단독 2위 자리를 유지하면서 1위 두산과 다시 11경기 차가 됐다. 따라잡기에는 쉽지 않지만,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은 것에 의의를 둘 수 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4회말이다. SK가 1-2로 뒤지던 상황에서 2사 만루 찬스를 맞이한 2번타자 한동민이 두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역전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1B1S에서 3구째 들어오는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고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홈런으로 연결시켰다. 한동민은 데뷔 후 처음으로 30홈런 고지에 올라섰고, 동시에 SK 구단 역사상 좌타자로서는 최초로 30홈런 기록을 세웠다. 종전 최다 기록은 지난해 자신이 세운 29홈런이었다.
한동민의 만루 홈런으로 5-2 역전에 성공한 SK는 5회말 김동엽의 달아나는 솔로 홈런까지 앞세워 여유있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다. 선발 메릴 켈리도 3회 이후 안정을 찾으며 7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SK는 최근 공격에 고민이 많았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9월들어 지난 8일 두산전까지 소화한 5경기에서 평균 3.6득점을 올렸다. 그나마도 5일 넥센 히어로즈전이 양팀 모두 난타전 양상을 띄면서 12대11로 이겼고, 나머지 경기에서는 3득점 2번, 무득점 2번으로 침묵했다. 5경기 팀 타율 2할2푼6리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팀의 '주포'인 제이미 로맥이 18타수 2안타 무홈런 무타점으로 슬럼프에 빠진 것이 뼈아팠다. 또 8월 중순 허벅지 부상에서 복귀한 최 정도 9월들어 14타수 3안타로 저조한 편이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9일 경기에서 최 정의 타순을 4번에서 5번으로 조정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다행히 로맥과 최 정 모두 9일 경기에서는 안타를 기록하면서 조금씩 반등의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들이 침묵한다고 해서 다른 선수들까지 동반 침체되면 답을 찾기가 힘들다. 결국 한동민, 김동엽 등 다른 주축 선수들이 해결을 해줘야 한다. 팀 홈런 1위팀답게 역전 만루 홈런의 짜릿함이 그간의 갈증까지 해소시켰다.
인천=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