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외국인 선수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 상한선이 생긴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일 2018년 5차 이사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운찬 KBO 총재와 10개 구단 대표이사가 야구규약과 경기일정 편성 원칙을 심의했다.
가장 돋보인 변화가 바로 외국인 선수 계약이다. 이사회는 내년 시즌부터 신규 외국인 선수 계약시,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하해 총액 100만달러로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재계약일 경우 금액 상한선이 없지만, 신규 계약이나 방출 후 재입단하는 경우에는 신규 선수로 간주해 상한제가 적용된다.
또 신규 외국인 선수의 다년 계약은 불가하고, 재계약시에는 가능하다. 만약 계약 규정을 위반하면 해당 계약은 무효가 되고, 선수는 1년간 참가 활동을 정지한다. 구단에게는 다음 년도 신인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가하기로 했다.
연봉 상한선 제한은 예전에도 있었다. 2013시즌까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30만달러(옵션 포함)였고, 재계약시 인상률을 25% 이하로 규정했지만 2014시즌부터 3명 보유가 되면서 연봉상한제와 계약금 제한이 폐지됐다. 자유 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시 상한선 제한이 폐지된 이유는 이면 계약, '뒷돈' 등 부정적인 요소들을 철폐하고 투명하게 계약 내용을 공개하기 위해서다. 30만달러가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낮은 액수인데다, 몇몇 구단들이 거물급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명문화되지 않은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의심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았다. 현재 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외국인 선수는 KIA 타이거즈 헥터 노에시다. 올해로 KBO리그 3년차인 헥터는 현재 연봉 200만달러(약 22억 6000만원)다. 이제 특급 선수에게는 200만달러 정도를 줘야 KBO리그 구단과 계약을 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 외국인 선수들의 몸값을 감안했을때, 100만달러는 결코 여유있는 금액이 아니다. 특히 이전 소속 구단에 줘야하는 이적료까지 포함하면 선수에게 주어지는 연봉은 대폭 감소한다. 올 시즌 신규 외국인 선수 13명의 평균 연봉은 약 84만달러(약 9억5000만원)이다. 구단들이 밝히지 않는 이적료까지 계산하면 평균 100만달러를 훌쩍 넘는다.
그런데 자유 계약 4년만에 구단들이 상한선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에이전트들과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돈 장난'과 '갑질'을 막기 위해서다.
KBO리그에서 이미 실력이 검증된 선수라면 100만달러, 200만달러를 써도 아깝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이 보장되지도 않는데 무조건 많은 돈을 요구하는 최근 미국 에이전트들의 분위기가 점점 과열되고 있다. "한국에서 뛰는 A 선수가 120만달러를 받는다고 들었으니 우리도 무조건 그 이상을 달라"는 배짱 영업을 하는 에이전트가 대다수다. 특히 한국 복수 구단이 관심을 보이기라도 하면, 기다렸다는듯이 요구 금액이 뻥튀기 된다. 몇몇 선수들 사이에서도 "이제 일본 못지 않게 한국에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객관적인 실력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길 바라는 분위기다.
그런 선수들은 아예 영입을 안하면 되지만, 가뜩이나 KBO리그에서 통할만한 외국인 선수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다급해진 구단들은 결국 선수쪽에 휘둘릴 수밖에 없어진다.
나날이 치솟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이적료도 문제다. 최근들어 구단들의 이적료 요구가 도를 지나치면서, 몇몇 선수들은 이적료만 100만달러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돌고있다. 이적료는 선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스란히 상대 구단 주머니에 들어가는 돈이다. 선수 장사에 능한 몇몇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처음부터 일본이나 한국에 이적할만한 선수를 40인 명단에 넣고, 이적료 장사로 쏠쏠히 이득을 보고있다.
그래서 KBO와 구단들이 상한선을 두기로 한 것이다. 도를 넘는 행태를 더이상 볼 수 없다는데 뜻을 모았다. 일단 제한선이 생기면 에이전트나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계약 성사를 위해 요구 금액을 현실화할 수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 몸값 뿐만 아니라 대형 FA(자유계약선수) 거품과 외국인 선수 보유 제한 문제에 대해서도 구단들이 꾸준히 심도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리그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 반드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