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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SUN의 뒤늦은 사과와 해명, 한달만 빨랐더라면…

by 이원만 기자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이 4일 오후 서울 도곡동 KBO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과정과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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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55)은 프로팀 감독 시절에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로 정평이 난 지도자다. 경기 흐름과 투수 상태를 정확히 읽고, 남보다 빠른 타이밍에 교체 카드를 꺼내 찬사를 받았다.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는 데 그보다 뛰어난 지도자는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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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의 정서를 읽고, 대표팀 감독으로서 적절한 소통으로 의혹을 떨쳐내는 데는 너무나 둔감해 '사과의 타이밍'을 완전히 놓쳤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 선발에 대한 일부 팬들의 의혹과 반발이 거셌지만, 이에 대한 해명을 외면하고 미뤘다.

적절한 사과와 해명의 타이밍을 놓친 결과 의혹은 엉뚱한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의혹이 억측으로 확장되면서 스포츠의 사안이 정치·사회적인 이슈로 확대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 감독이 스포츠 행정가가 아닌 감독으로서 최초로 국정감사에 소환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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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감독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값진 성과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숙였다. 4일 서울 도곡동 회관에서 진행된 선 감독의 기자회견을 보는 내내 '한 달만 빨리 이런 자리를 마련했더라면…'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 없던 이유다. 사과나 해명의 적절한 '타이밍'을 놓친 결과가 얼마나 참담한 일로 확대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에는 1차적으로 선 감독의 무딘 현실 인식을 들 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 감독은 "그간의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낳은 것 같다. 국민과 야구를 사랑하는 여러분,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면서 "지금 생각해보니 좀 더 빨리 이 자리에 나왔어야 하지 않나 싶다. 국민 여론, 청년들의 여론까지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제야 비로소 둔감했던 현실 감각을 인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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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와 관련해 선 감독 뿐만 아니라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안일한 대처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대해 둔감하기는 KBO도 마찬가지였다. KBO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컨트롤 타워의 기능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더 일찍 대표팀 선발 과정의 의혹과 논란을 밝히고,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면 사태는 지금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다.

좋은 기회는 많았다. 한 달 전인 지난 9월 3일. 선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 귀국했다. 정운찬 KBO 총재가 공항에 나와 선 감독과 대표팀 선수들에게 화환을 건넸던 날이다. 국민의 의혹에 답하기에 이날 만큼 좋은 기회는 없었다. 선 감독이 공항에서 "선발 과정에서의 비리는 없었다. 하지만 국민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만 했더라도, 이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KBO나 선 감독 모두 이 기회를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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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후에도 기회는 많았다. 지난 9월 12일 정 총재가 야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국민사과를 발표할 때도 이런 이야기가 나왔었다. 이 자리에 선 감독이 함께 나와 대표팀 이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도 고려해볼 만 했다. 하지만 정 총재 홀로 나와 원론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계획만 발표해 아쉬움을 남겼다.

KBO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의혹'은 '의심'과 '불신'으로 나갔고, 여기에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가 개입하며 사태가 엉뚱한 방향으로 변질됐다. 결국 한국야구는 아시안게임 2연패에도 불구하고 큰 상처를 받고 말았다. 선 감독이 뒤늦게 국민 앞에 사과했지만, 여론을 완전히 납득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타이밍이 너무 늦은 탓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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