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보다는 머리를 맞대야 할 때이다."
축구인들이 해체 위기에 놓인 아산 무궁화 축구단을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독단적인 결정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김병지 최진철 등 전·현직 선수 10명과 아산 서포터즈가 모여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찰청의 일방적인 선수 수급 중단 방침 철회와 대안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자리였다. 경찰대학은 지난달 아산 축구단에 '올 시즌 선수 충원 불가' 공문을 발송했다. 당초 점진적으로 전·의경을 줄여나가겠다는 방침과 다른 결정이었다.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통보로 아산은 일대 혼란에 빠졌다. 전역자만 있고, 선수 충원은 불가능한 상황. 내년에는 단 14명의 선수만이 남게 된다.
박동혁 아산 감독은 14일 안산전에 앞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방법을 찾는 중이다. 군경팀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도 마찬가지고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이 있다. 병역 문제를 함께 고려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수급이 안 된다고 하면 선수들이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심도 있게 고민하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산시나 프런트 등 모두가 괴롭다. 아산을 지원해주고 계신 분들과 상의도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상대 팀인 임완섭 안산 감독 역시 안타까운 심정이긴 마찬가지였다. 임 감독은 경찰 축구단에서 코치를 맡은 경험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팀의 분위기와 흐름을 잘 알고 있다. 내년에 제대하는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소속된 팀이었기 때문에 너무 안타깝다"면서 "독단이 아니고 서로 머리를 맞대서 지혜롭고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많은 축구인들이 아산 경기를 보기 위해 이순신종합운동장을 찾았다. K리그2 1위 경쟁을 하고 있는 남기일 성남 감독을 비롯해 최순호 포항 스틸러스 감독, 최진철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장이 아산의 경기를 관전했다. 아산의 문제를 바라보는 축구계 선배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했다. 최 감독은 "국가는 기본적으로 국민들을 교육시킬 의무가 있다. 인재 육성도 중요한데, 국민들이 체육과 축구계에 바라는 기준이 높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도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큰 상황에서 많은 예산이 안 들어간다면 당연히 군경팀은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다른 국가의 경우에는 국민들의 지지가 크면 그 부분을 더 확대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반대로 가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최 감독은 경찰청이 (경찰축구단 유지의) 긍정적인 측면을 적극 고려해주기를 희망했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군경팀에서 일찍 경기력을 쌓으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더 높은 리그에서 뛰면서 큰 선수가 되면 국가 위상도 높아진다. 반대로 돌아온 뒤에는 그 선수들이 한국 축구에 기여할 수 있다. 선 순환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2일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최 위원장은 "축구인으로서 당연히 목소리를 내야 한다. 축구 발전을 위해 경찰 축구단이 필요하다. 없어진다고 마냥 반대하진 않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결정해선 안 된다. 유예 기간을 주고 자생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본다. 14명의 선수들로는 어느 리그도 참가할 수 없다. 축구 발전을 위해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방적인 모습이 안타깝다. 경찰 축구단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일 수도 있다. 프로축구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후속 대책을 심도 있게 협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아산=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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