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취재진과 팬, 그리고 상대팀의 관심이 가장 쏠렸던 시간은 언제나 '1차전 선발'을 공개할 때였다.
팀의 에이스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변수를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늘 궁금증이 컸다. 또한 그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대부분 감독들도 미디어데이 이전에는 1차전 선발에 대해 말을 아꼈다. 어떤 감독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며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려고 애쓰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미디어데이는 전과 달랐다. 늘 그랬듯 사회자가 출사표에 이은 첫 번째 공통 질문으로 1차전 선발을 물어봤지만, 이미 그에 대한 답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 SK의 1차전 선발은 좌완 토종 에이스 김광현이고, 넥센은 '안정감의 대명사'인 외국인 에이스 제이크 브리검을 투입한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이나 넥센 장정석 감독이 모두 아예 미디어데이 전날 팀 훈련 때 1차전 선발을 공개했다. 두 감독 모두 굳이 뻔한 답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명확하고 선 굵은 야구를 추구하는 닮은 꼴 성향이 그대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특히 장 감독은 충분히 상대의 고민을 유발할 수도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굳이 여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서 나왔던 넥센의 선발 로테이션 일정을 보면 27일 플레이오프 1차전 때는 에릭 해커가 나올 가능성이 더 커 보였다. 브리검은 지난 2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이미 선발로 나와 4일 밖에 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19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이었던 해커는 이미 일주일을 푹 쉬었다. 때문에 더 충분한 휴식으로 힘을 충전한 해커가 넥센의 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로 예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이런 궁금증을 미디어데이 하루 전날에 깔끔하게 풀어줬다. 그리고 미디어데이에서도 브리검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장 감독은 "팀의 에이스이기 때문에 말이 필요없는 선택이었다. 또한 우리는 이미 포스트시즌에 돌입할 때부터 외국인 투수 두 명의 등판 일정에 대한 계획을 다 짜놓은 상태였다"면서 "브리검이 비록 4일만 쉬고 나오지만, 이전 등판까지 크게 무리를 하지 않아 에이스로서의 좋은 경기력을 1차전에서도 보여줄 것"이라고 강한 믿음을 보냈다.
힐만 감독 역시 김광현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는 "김광현은 무엇보다 큰 무대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라며 "원하는 대로 스트라이크 존에 꾸준히 공을 던져주면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좋은 피칭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꼼수나 눈치와는 거리가 먼 데다 소속 선수들에게 늘 강한 신뢰를 보낸다는 점에서 힐만 감독과 장 감독은 꽤 닮아있다. 두 감독의 명승부가 기대되는 이유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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