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김현수는 지난 19일 KBO 시상식에서 타격왕 트로피를 받은 뒤 "올해 내가 1루수로 나간 걸로 감독님이 욕을 먹은 걸로 알고 있는데, 하지만 내년에도 1루 빈다면 내가 볼 수 있습니다. 감독님의 선택 기다립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올시즌 막판 발목 부상 때문에 한 달 넘게 시즌을 마감했다. 9월 4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이진영이 친 원바운드 타구를 잡고 송구 방향을 잡으려다 발목을 삐끗한 것이다. LG는 김현수 없이 시즌 마지막 27경기를 치러야 했고, 결과는 정규시즌 8위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김현수를 불규칙적으로 1루수로 내보낸 류중일 감독에게 비난이 쏟아졌고, 이를 모를 리 없는 류 감독은 내년 "새 외국인 야수는 1루수 거포"라고 못을 박았다. LG 구단도 이에 맞춰 후보들을 물색 중이다. 김현수가 류 감독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듯, 제대로 된 1루수를 영입한다면 그가 다시 1루수를 맡을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딜레마가 존재한다. LG는 양석환이 군입대를 하게 돼 3루 자리도 공석이다. 양석환 정도의 공수 실력을 갖춘 내부 자원은 없다. 일본 고치 마무리 캠프에서 후보들을 키우고 있지만, 확실한 믿음을 주는 선수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유망주 육성은 몇 년 뒤까지 내다봐야 하는 작업이다. 내년에 토종 선수가 3루수를 본다고 하면, 확실한 실력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구단도 여지가 있다. 외국인 야수는 1루수 위주로 뽑되 '혹시' 3루수 자원이 나타나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게 LG의 입장이다. 현재 LG는 외국인 야수 후보를 10명 정도로 추려놓은 상황에서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이 1루수이고 3루수 자원도 1~2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야수 시장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게 LG 구단의 설명이다. 공수를 모두 갖춘 3루수 자원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뛸 수 있는 3루수는 나이가 많아 퇴물 최급을 받는 선수들이 대부분이고, 유망주 3루수는 해외 리그를 선택할 이유도 사실 없다. 3루수는 '금값'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유격수나 2루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1루수는 그렇지 않다. 수비 부담이 적은 포지션이기 때문에 거포들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KBO리그에서 성공한 외국인 야수들은 대부분 1루수다. 올시즌만 해도 삼성 라이온즈 다린 러프,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의 포지션은 모두 1루수다. LG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김현수가 다시 1루수를 맡을 일은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거포 1루수로 믿고 데려온 선수가 함량 미달이라면,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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